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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STX부실대출' 산은 징계 둘러싼 논란

당국 주도로 이뤄진 기업 구조조정

어디까지 관치 영역으로 볼 것인가

금감원 23일 제재심 열고 심의… 징계 수위 놓고 공방 거셀 듯

시중銀 기업여신 관행에 영향


'관치'의 영역인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실을 은행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금융감독원이 오는 23일 산업은행 징계를 위한 제재심의위를 열기로 한 가운데 STX 부실 대출 혐의를 받고 있는 산은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실을 이유로 국책은행 직원들이 대규모 징계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구조조정의 주요 결정이 사실상 당국과 산은의 공조 아래 이뤄지기 때문이다. 은행이 당국의 압박을 받아 불가피하게 지원을 결정하는 일도 빈번해 이번 제재 결과가 다른 시중은행들의 기업 여신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관치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은행이 내부 절차 등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3일 제재심의위를 열고 산업은행 임직원 18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심의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STX 구조조정 과정을 담당했던 산업은행 임원급 직원 1명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나머지 직원 17명은 경징계 조치하겠다고 사전 통보했다.

STX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산은 제재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금감원은 우선 지난해 STX조선이 분식회계 징후가 있었음에도 산은이 여신을 3,000억여원 가까이 확대해준 점을 문제 삼는다. 사실상 부실 대출이란 것. 당시 STX조선을 실사한 회계법인 삼정KPMG는 이 회사에 분식회계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산은 내부 회계 시스템에서는 분식회계 징후가 포착된 바 있다. 산은은 회계법인의 판단을 근거로만 추가 지원을 결정했고 이 부분을 금감원이 지적한 것이다. STX조선에 막대한 선수금지급보증(RG)을 해주고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도 주요 징계 사유다. 산은 내부적으로 선수금을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은은 그러나 금감원이 너무 과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라고 항변한다. 산은 관계자는 "국내 4대 회계법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내부 시스템에만 의존해 기업 지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RG 관리와 관련해서도 조선업계의 선박 건조 관행상 선박 별로 자금을 따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산은의 입장이다.

마지막 징계 근거는 더 큰 논란이 된다. 금감원은 STX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산은이 알고도 대출금 회수 등 적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은행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는 것이 산은의 입장이다. 사실상 당국과 공조 속에 '대출금 회수'라는 초강수를 접은 것인데 이를 산은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 산은 관계자는 "올해 문제가 된 동부그룹만 해도 자율협약 이행 전부터 당국과 공조 아래 다양한 지원이 이뤄졌는데 나중에 부실의 책임은 산은이 모두 져야 하는 것이냐"고 밝혔다.

결국 이번 제재심의위의 쟁점은 '어디까지를 관치의 영역으로 볼 것인가'라는 부분으로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는 철저히 STX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기 전의 부실 지원 등에 관련한 부분에 집중됐다"며 "국책은행이라고 해서 내부 절차 등을 준수하지 않은 부분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렇듯 금감원과 산은이 공방전이 치열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는 통합 산은에 대한 제재권을 직접 행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제재심의위의 결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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