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연금 기여율은 월 소득의 7%에서 9%로 올리고 연금 지급률은 1.9%에서 1.7%로 낮추게 된다. 하지만 이마저 기여율은 5년에 걸쳐 올리고 지급률은 20년 동안 순차적으로 내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퇴직자나 50대 공무원은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 2085년까지 정부가 떠맡아야 할 재정부담 2,000조원 가운데 겨우 300조여원의 절감 효과밖에 없다. 나머지는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한마디로 국민 등골을 빼 공무원 노후를 보장하라는 이야기다.
이번 합의안이 무서운 것은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낮추기로 함으로써 차후의 연금개혁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흑심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여야는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까지 50%로 올리기로 합의해놓았다. 공무원연금 삭감액을 공적연금 강화에 쓰겠다지만 공무원단체의 탐욕에 국민연금 수령자들까지 끌어들여 불만을 무마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다. 국가재정이야 파탄 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일본은 공무원연금을 20년에 걸쳐 개혁하면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20년이라면 긴 세월 같지만 우리 정부도 이미 1995년부터 연금개혁을 시도해왔다. 이후 2000년, 20009년 세 차례 손질을 했지만 그때마다 실패로 끝나곤 했다. 똑같은 20년 개혁임에도 그들은 성공했고 우리는 여전히 실패하고 있다. 더 이상의 유예는 있을 수 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포퓰리즘에 춤추고 있으니 이번 개혁안은 청와대가 거부하는 수밖에 없다. 판을 깨더라도 재시도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재정이 파탄 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가 되고 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