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금액을 담은 인상안을 이미 이사회에 제출했고, 수신료 인상 작업을 공식화하는 행사도 계획 중이다.
KBS는 지난 19일 이사회 사무국에 인상안을 제출하고, 이튿날 대다수 이사에게 인상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인상안은 33년째 2,500원으로 동결된 수신료를 4,300원이나 4,800원으로 인상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6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 인상안이 상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전체 이사 11명 가운데 야당 측 이사 4명이 'KBS가 성급하게 인상을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사회 불참을 예고한 상태다.
야당 측 조준상 이사는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정식으로 논의한 적도 없는데 KBS 경영진이 인상안을 제출한 것은 이사회의 권한 침해이자 경영진의 월권"이라며 "26일 이사회를 무산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사회의 인상안 처리에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KBS 내부에서는 수신료 인상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수신료 인상 의지를 수차례 공언해 온 데다 KBS의 재정상태 악화로 어느 때보다 수신료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KBS는 작년 6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디지털 방송 전환으로 차입금 3천억 원을 떠안았다. 여기에 인력과 제작비까지 줄여 콘텐츠 제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KBS는 주 재원인 수신료 비중이 37%에 불과한 재원 구조 개선을 비롯해 공영방송으로서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S는 2009년 7월 수신료현실화추진단을 꾸려 수신료 인상 규모와 광고 유지 여부, 공적책무 확대 방안 등을 꾸준히 검토해왔다. 지난 21일에는 수신료 현실화 추진 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수신료 인상은 KBS 이사회가 심의 의결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며, 방통위가 60일의 검토 기간을 거쳐 국회에 제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KBS 내부에서는 9월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길환영 사장 역시 작년 11월 취임사를 통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수신료 인상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BS 관계자는 그러나 "인상안이 아직 이사회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라 인상폭이나 시점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워낙 변수가 많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의 수신료 인상 시도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2010년 11월 KBS 이사회는 진통 끝에 수신료를 3천5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후 인상안은 방통위 승인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으나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에다 이듬해 6월 도청 파문까지 터져 나오면서 불발됐다.
앞서 2007년 7월에도 수신료를 4천 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KBS의 공정성 시비, 방만 경영, 서민 경제 부담 등을 이유로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