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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상황 97년과 다르다 <신흥국>] '위험자산 엑소더스' 당분간 지속

시카고옵션거래소 '공포지수' 일주일새 46%나 올라

미·유럽 증시 주간 하락폭 최대치 경신 잇따라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작년 11월 이후 최저


아르헨티나로부터 촉발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투자자들을 공포에 빠뜨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 증시도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경우 그동안 가팔랐던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의 성격까지 더해진 상태다.

지난 24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Volatility Index)는 18.14로 장을 마감, 지난 한 주간 45.82% 폭등했다. 주간 기준 지난 2010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공포지수'라 불리는 VIX는 향후 시장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측치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의 불안이 높다는 뜻이다. 신흥국의 상장지수펀드(ETF) VIX 또한 지난주 40% 폭등,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가 이처럼 3~4년 새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서 대표적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낙관론이 우세했던 선진국 역시 신흥국발 통화 쇼크를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다우존스산업지수 및 S&P500지수는 지난주 각각 3.5%, 2.6% 하락해 2012년 중순 이후 최대 하락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태에서 신흥국 위기가 터짐에 따라 앞으로 뉴욕증시가 10~20%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증시 역시 지난주 평균 3.3% 떨어졌다. 선진국·신흥국 모두를 포함하는 MSCI세계지수는 지난주 2.35% 떨어지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갈 길을 잃은 투자 자금들은 안전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27일 현재 2.72%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수요가 높을수록 수익률이 떨어진다. 최근 몇 년간 약세를 면치 못했던 금값 또한 안전자산으로의 수요폭증으로 최근 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거래가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발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더라도 글로벌 주식시장은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버트W베어드앤코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바이틀스는 WSJ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4년은 투자자들에게 더욱 도전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20여년간의 금융불안기 동안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보다 큰 낙폭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이번 위기 국면에서도 신흥국 시장의 약세가 훨씬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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