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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하게 서 있는 동자상 하나같이 다정불심의 미소

■ 본태박물관 '다정불심(多情佛心): 조선후기 목동자'전<br>조선 인체 조각의 美 만나고<br>시대상·민족성도 엿볼수 있어

목조동자입상

목조동자입상

목조업경대

일반적으로 '동자(童子)'라 하면 '남자아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불교에서 '승려가 되려고 절에서 공부하며 아직 출가하지 않은 사내아이'를 일컫는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동자상은 미륵의 아기부처, 선재동자, 문수동자와 같은 교리적 임무를 지닌 존재로 신앙의 대상이었다. 숭유억불정책을 펼쳤던 조선시대에는 도교와 민간신앙이 혼재되면서 동자는 한결 더 인간과 가까운 존재로 인식된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자리한 본태박물관이 올해 첫 기획전으로 '다정불심(多情佛心): 조선후기 목동자'전을 오는 6월말까지 일정으로 제2박물관에서 열고 있다. 조선후기 불교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60∼80㎝ 크기의 목동자 40여 점을 한데 모은 특별한 전시다. 17세기 전후 인체 조각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음은 물론 그 안에 깃든 시대상과 민족성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아울러 하나의 고미술품으로 주목 받지 못하며 마치 조연 같은 존재였던 목동자가 이번 전시에서는 당당한 주연으로 부각되면서 '다정'의 의미를 일깨운다.

목조동자입상 가운데 하나는 머리카락을 위쪽으로 올려 쌍으로 상투를 틀었으며 가느다란 실눈은 꼬리가 양쪽으로 살짝 올라갔다. 양손은 모아 커다란 연봉우리를 잡고 있는데 늘어진 소매자락 주름이 자연스럽게 늘어진 모습이다. 또 다른 입상은 턱선을 음각해 이중턱을 만들었으며 바지 무릎 부분을 끈으로 묶어 입체감을 살렸다. 특히 조선전기까지 옆에 자리하던 사자가 동자상에게 안겨 있는데, 양손으로 사자 앞발을 잡고 있으며 사자 뒷발은 동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릎을 약간 굽혀 공양 중인 동자상을 표현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머리는 앞 가르마를 타고 쌍상투를 틀었으며 양손을 가슴에 모아 피어 오르는 연봉우리를 들고 있다. 목조업경대는 전생의 업이 거울에 나타난다는 업경대를 지고 있는 사자상이다. 네발을 힘차게 딛고 선 위엄 있는 모습으로, 사자의 상징인 갈귀가 풍성하고 꼬리는 힘차게 뻗어 올라가 있다.



이현아 학예실장은 "다소곳이 서 있는 목동자의 면면이 하나같이 다정스러워 '다정불심'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며 "이번에 소개되는 40여점의 동자상 중 상당수는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로 설립자인 이행자 고문이 수십 년 동안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1박물관은 소반과 보자기 등 부녀자들의 살림 도구를 한데 모은 소장품 상설전으로 꾸몄다. 지난 해 11월 설립된 본태박물관은 '본래의 형태(本態)'라는 의미를 지닌 곳이다. 현대가의 며느리로 40여 년을 조용히 살아온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인 이행자(68) 본태박물관 고문이 설립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다 다다오의 건축물에 이 고문이 40여 년 동안 모아온 수집품들이 박물관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박물관이 탄생하게 된 것. 이 고문은 슬하에 정일선, 정문선, 정대선 3형제를 두었으며 지난 2006년 막내아들인 정대선 현대 비에스앤씨 대표이사가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해 화제가 됐다. 본태박물관의 관장은 이 고문의 둘째 며느리이자 미술사학을 전공한 김선희 씨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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