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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20일. UAE 원자력발전소 공사현장에 원자력 발전소의 심장인 원자로가 설치됐다. 2009년 아부다비에서 맺어진 한국과 UAE의 협력관계가 불꽃처럼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원자로 설치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핵심 단계인 기계·전기 공사의 착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음을 알리는 중대 이정표다.
이러한 중요한 현장에 국내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1박의 최단기 일정으로 UAE를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바라카에 설치될 원자로 벽면에 "바라카에서 시작된 협력의 불꽃이 양국의 미래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는 친필 메시지를 남기며 UAE 원전사업의 성공적 완수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세계 최고 안전규제에 최악 기후 극복
사실 UAE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기에 쉬운 곳이 아니다. 매년 3월부터 4월에는 모래 폭풍이 몰아치고 6월부터 9월 사이에는 50℃를 넘는 불볕더위가 몰려온다. 안전과 보건관리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곳이다. 20여 다른 나라에서 온 노무자들의 종교·언어·문화의 차이로 인한 노무관리의 어려움이 상존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생산성 저하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UAE는 2009년 관련 국가들의 원자력 전문가들로 구성된 원자력규제기관(FANR)을 설립한 후 어느 나라보다도 안전에 최우선을 둔 세계 최고 수준의 매우 엄격한 안전규제 요건들을 수립해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원전 안전규제는 물론 산업안전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관리기준을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국내에서 제작된 방대한 물량의 기자재에 대한 장장 45일에 걸친 11,700㎞의 장거리 해상수송 과정에서 납기 및 품질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조건들을 준수하고 충족시키는 것은 절대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맡은 한국 기업들의 몫이다. 따라서 유례없이 많은 주의와 노력을 안전문화 정착에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당초 일정보다 1개월 반을 앞서 원자로를 설치한 것은 정말 대단한 성취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곳곳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으나 그중 대부분이 공기 지연과 사업비 초과 등으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원자력 발전의 후발주자인 한국이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체제를 구축하고 이에 따라 수행되는 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은 세월호 사고로 인해 국가 안전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버린 시점에서 국가 안전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안전체제와 안전문화를 구축하고 가장 모범적으로 안전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인들의 참모습이 UAE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에 그대로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원자로 설치 1개월 반 앞당기기도
2017년 5월 UAE의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는 상업 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는 우리 모두의 바람처럼 양국 협력의 불꽃이 그 안에서 끊임없이 불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또한 UAE 원자력 발전소에 적용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시스템과 이를 통해 정착된 안전문화가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에 올바르게 접목돼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희생되는 사람이 다시 없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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