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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월드컵과 경제
입력2006-06-26 16:36:53
수정
2006.06.26 16:36:53
전세계 지구촌을 축제분위기로 만든 월드컵 축구대회가 16강전 경기로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열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붉은 악마를 비롯한 우리 국민들의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싸늘하게 식어 월드컵 축제는 이미 강 건너 불구경에 지나지 않고 있다.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스위스전에서의 석연치 않은 심판판정으로 2회 연속 16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더욱 그러하다.
이 때문인지 우리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월드컵 후유증’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고3 수험생에 이르기까지 잃어버린 생활리듬을 되찾느라 적지않은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기업인 A사 기업의 경우 광고선전비의 손익분기점이 태극전사의 8강 진출이라 할 정도로 월드컵 홍보에 올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B사 역시 월드컵 8강에 따른 홍보효과로 인해 매출증가가 이어질 경우 특별 보너스 지급까지 내부적으로 결정했지만 모든 게 취소됐다는 이야기마저 들릴 정도다. 특히 한 여행사의 경우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비해 특정 날짜의 독일행 여객기의 거의 전좌석을 예약한 후 판매가 여의치 않아 발을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백화점 등 내수기업은 월드컵 특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 후 표정관리에 나섰고 자동차업계와 전자업체들은 유럽시장 공략 가속화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신통치 않은 결과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국민들이 월드컵 열기에 빠져들수록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 대대적인 홍보전을 계획한 기업들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업인지도 제고 효과 등을 거머쥘 수 있어 이 같은 올인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인들의 안방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는 월드컵 경기를 제외하면 거의 없을 정도로 월드컵은 기업에 가장 좋은 기회”라면서도 “국내는 물론 전세계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홍보효과와 판매촉진 계획의 결과가 미미해 난감한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가라앉은 내수경기에 석연치 않은 심판판정으로 월드컵 열기가 가라앉은 이때에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꽉 막힌 정치권의 기류와 경제난에 허덕이는 기업과 국민들에게 월드컵 축제만큼이나 신나는 이벤트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대기업 임원이 사석에서 털어놓은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CEO이지만 ‘기업들’을 경영하는 것은 정치”라는 말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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