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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보이는 손'의 작동

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는 부동산업자 K씨는 이달 초 한 식당에서 직장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다가 ‘베이징 집값이 폭락했다’는 TV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한 조사기관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베이징 집값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고 특히 마지막 주에는 20.25%나 급락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그 이후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70개 도시의 평균 집값 상승률은 10.5%로 지난해 최고수준을 기록했고 베이징의 집값은 무려 17.5%나 올랐다. K씨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베이징의 집값이 폭등양상을 나타내자 정부가 투기심리를 억누르기 위해 관영언론에 힘을 좀 쓴 것 같은데,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보이는 손’은 물가정책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16일 곡물과 식용유ㆍ돼지고기ㆍ낙농제품ㆍ계란ㆍLPG 등 6대 생필품 가격에 대해 한시적으로 개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의 공공요금 동결에 이은 초강경 물가억제조치로 식료품값 등의 급등에 따라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1년 만에 가장 높은 6.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ㆍ4분기에도 7%대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되는 등 물가불안이 악화된 데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계획경제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살인적인’ 물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현실이 더 다급해서 생필품 가격에 대한 직접통제에 나섰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의도한 대로 직접적인 가격통제는 물가억제에 상당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가격 통제 조치는 뜻하지 않게 계획경제를 옹호하는 극좌파적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주 열린 광둥성 인민대표대회에서 주례위(朱列玉) 대표가가 물가 급등 억제를 위해 부분적으로 식량배급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계획경제시대의 유물인 배급표의 부활 주장까지 제기되자 부랴부랴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가격통제는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가격통제에 따른 여진은 계속될 것 같다. 중국의 시장경제는 배급제가 1993년에야 완전히 사라졌을 만큼 경험이 길지 않다. 또한 시장경제의 관리자라는 측면에서 중국정부는 초보운전자에 가깝다. ‘중국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 사이를 우왕좌왕하는 중국 정부의 모습이 아슬아슬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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