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가 잇따른 송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명 기획사 대표가 공연 사모펀드의 자금을 횡령해 구속되는가 하면 적자가 난 공연을 놓고 투자사와 제작사가 맞고소 하는 등 공연계가 소송에 휩싸이고 있다. 이 같은 소송 봇물은 불황에 본전도 못 건지는 공연이 속출함에 따라 투자사와 제작사가 서로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저작권 침해소송도 빈번하게 제기돼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투자금반환 소송ㆍ공금횡령까지 = 공연계에 따르면 뮤지컬 기획사인 N사는 최근 지난 3월 막을 내린 뮤지컬과 관련해 투자금반환 소송을 당했다. 원고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소장에 따르면 N사는 지난해 프랑스 뮤지컬의 한국어판 공연에 대한 공동제작 계약을 맺고 건설사가 모기업인 S사 측으로부터 10억원을 투자 받았다. S사는 ‘N사와 공연이 종료되면 투자원금과 배당수익 70%를 최우선적으로 지급한다’는 계약을 맺었지만 공연이 끝난 뒤에도 피고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며 총 13억8,000만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기획사인 N사는 지난해 12월 몇 해전 자사가 기획했던 공연 2건과 관련해 투자사인 P사로부터 뒤늦게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P사 역시 건설사가 모기업인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공연이 다 끝나고 정산까지 마친 공연들에 대해 14억7,000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것. 이와 관련 N사의 정모 대표는 “투자자들이 계약 당시 투자 개념으로 약정을 맺었다가 공연이 잘 되지 않자 말을 바꿔 원금을 보장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며 “공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자금들이 투자된 케이스로 우리도 법률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히트 뮤지컬 2~3편을 제작한 T사의 안모 대표는 공연 사모펀드에서 수십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 유명 기획사 E사의 최모 대표도 비슷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상태로 이들과 연계된 유사 소송도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이래 저래 크고 작은 법률 분쟁으로 공연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문화부 대책 마련 나서야 =‘팬양의 화이트 버블쇼’의 기획사 네오더스HQ는 지난 1월23일 유사 공연을 제작한 G사 등을 저작권법 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두 업체는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팽팽히 맞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넌버벌 퍼모먼스 ‘점프’도 인기 만화가 황미나씨가 지난해 자신의 작품 ‘윅더글 덕더글’을 도용했다는 혐의로 저작권 소송을 내는 등 법적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소송이 늘어나면 결국 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돼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부 측은 “관련 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오기 문화부 공연전통예술과 과장은 “공연기획사는 연예기획사와 마찬가지로 자유업종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관리ㆍ감독하기 쉽지 않다”며 “전반적으로 규제가 완화되는 현 추세를 감안하면 등록제를 추진하기 보다 우선 업계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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