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잭니클라우스GC에 연관 검색어가 있다면 두바이와 골든 베어가 나올 만하다. 송도국제업무단지의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한 코스는 두바이의 골프장들을 연상시킨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73승과 메이저 대회 최다승(18승)에 빛나는 '골든 베어' 잭 니클라우스(73ㆍ미국)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설계한 골프장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18번홀(파5)은 잭니클라우스GC의 풍모를 가장 뚜렷이 감상할 수 있는 골프장의 얼굴이다. 드넓고도 고요한 워터 해저드와 그 끝에 면해 있는 듯 보이는 마천루들은 자연미와 이국적인 인공미를 한 솥에 담아 내놓는 최고급 코스 요리 같다. 일단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지난 홀들을 반추해보는 게 좋지만 지나친 감상은 독이 된다.
화이트 티 기준 488야드인 이 홀에서 어드레스를 취하기 전 주의해봐야 할 곳은 스카이라인이 아닌 벙커다. 캐디는 "왼쪽 벙커와 벙커 사이를 보고 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18번홀의 오른쪽 전부는 길쭉한 섬을 품고 있는 끝없는 워터해저드다. 평소 캐디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던 골퍼라도 이 홀에서는 달라지기를 권한다. 오른쪽 섬의 수려한 절벽에 마음을 뺏겼다면 타구는 홀린 듯 물 쪽으로 빠져들어가버린다. 워터해저드가 코스의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오른쪽으로 이어지다 보니 티샷뿐만 아니라 두 번째와 세 번째 샷 때도 물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 쳐야 한다. 어떤 아마추어 골퍼는 온 그린 시킬 때까지 계속해 빠뜨리는 일도 있었다고 하니 워터해저드에 물귀신이라도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18번홀은 4번홀, 11번홀과 함께 로스트 볼이 가장 많이 수거되는 홀"이라고 귀띔했다. 4번홀(파4)은 18번홀과 반대로 코스 왼쪽이 전부 워터해저드이고 11번홀(파4)은 오른쪽에 대형 연못이 있다. 하지만 페어웨이 왼쪽 공간이 비교적 넓은 편이라 물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잭니클라우스GC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의 대회장이기도 하다. 80대 스코어를 적는 골퍼라도 5타가 더 나올 정도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 대회를 치러낼 만큼 아기자기한 재미도 풍부하다는 얘기다. 어지러울 정도로 굴곡이 심한 그린은 어쩌면 섬세한 여자 골퍼들에게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올해 한국여자오픈이 이달 20일부터 나흘간 열릴 예정이라 코스 정비가 한창이다. 최근 니클라우스가 코스 상태를 점검하러 직접 골프장을 찾기도 했다. 니클라우스가 1년에 한 두 번씩 전용기를 띄워 방문할 정도로 잭니클라우스GC에 대한 애정이 깊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전세계 첫 번째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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