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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지지 않기 위해서

제2보(10~23)


이기는 구상과 지지 않는 구상이 있다. 이기면 절대 지지 않고 지지 않으면 반드시 이기게 마련이니 이 두 구상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승부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크게 다르다. 이기는 바둑은 능동적이며 투쟁적이며 탐욕적이며 위압적이다. 주저하지 않고 기다리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싸운다. 지지 않는 바둑은 정반대로 보면 된다. 수동적이며 평화적이며 욕심을 자제하며 관대하다. 심사숙고하고 때를 기다리며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싸운다. 이세돌은 이기는 구상을 하고 이창호는 지지 않을 궁리를 한다. 이세돌류로는 조훈현, 유창혁, 서능욱,최철한, 강동윤을 꼽을 수 있고 이창호류로는 박영훈, 조한승, 박정상, 김인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지지 않는 노선을 가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늘 평화적이며 관대한 것은 아니다. 밀리는 길이거나 밑지는 길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는 감연히 충돌한다. 지지 않기 위해서. 백10으로 나가 12로 끊은 이 수순. 이창호가 평화적으로 받아주지 않고 감연히 충돌한 데는 이유가 있다. 참고도1의 백1, 3으로 받아주면 흑은 4로 붙여 좌하귀의 실리를 취할 것이 뻔하다. 보통의 경우라면 백도 하변쪽 세력이 웅장하여 불만이 없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르다. 우하귀의 흑이 다부지게 귀굳힘을 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백의 세력은 발전성이나 공격적 위력이 별로라는 사실. 그러므로 이창호는 백10, 12로 둔 것이다. 흑13은 행마의 틀. 백16에서 이창호의 평화주의가 보인다. 이 수로 참고도2의 백1에 끊으면 난투인데 이창호가 한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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