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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나·외환 통합 늦어지면 리딩뱅크 물건너간다

급물살을 탈 것 같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합병 논의가 다시 좌초 위기를 맞았다. 외환은행 노조 측이 합병 여부 및 시기의 외부 위임 등 강경한 요구를 내놓자 하나금융지주 측도 노조의 협상안을 공개하고 직원들에게 직접 평가받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나금융은 6일까지 노조와 합의되지 않으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후 금융당국에 통합 예비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무려 1년을 끌어온 노사 협상이 지금껏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하나금융이 조기통합을 추진하는 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연결순이익은 3,749억원으로 인수 직전인 2011년의 5분의1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연결순이익 역시 3년 전보다 25%나 줄어 신한지주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외환은행 인수 후 '리딩뱅크' 도약은커녕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해법은 통합을 서둘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만 제시하고 있다. 합병 문제를 외부 전문가에게 넘기자는 노조의 주장은 회사의 미래를 남에게 맡기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사' 합의를 '노사정' 합의로 바꾸자는 데 이르러서는 정치권을 끌어들이겠다는 불순함마저 엿보인다. 오죽하면 외환은행 직원들까지 '즉각적 대화 재개와 대안없는 노조 거부'라는 성명서를 냈을까. 남들은 달려가고 있는데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노조는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도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하나금융의 통합 예비인가 신청과 관련해 "노사 간 합의 문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중요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와의 합의 없이는 인가도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금융당국이라면 노조보다 금융산업 발전을 먼저 생각해야 옳다. 국내 은행이 역량을 높여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선 은행을 막아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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