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20일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장 출신 박모(52) 상무를 횡령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09~2012년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사업 과정에서 협력업체 흥우산업 등에 지급하는 하도급 대금을 부풀려 10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무와 동남아사업단장 출신의 또 다른 박모(54) 상무가 비자금 조성을 주도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을 베트남 현지 발주처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목적으로만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포스코건설과 흥우산업 등의 회계장부와 거래계좌 등을 분석한 결과 리베이트 이외의 용도로 돈이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비자금 100억여원 중 47억원이 용처가 불분명한 횡령 의심 금액으로 지목됐으나 검찰은 횡령 금액이 이보다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동안 참고인 신분이었던 전 베트남법인장 박 상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검찰은 이날 박 상무를 상대로 비자금의 정확한 사용처를 집중 추궁했으며 특히 비자금 조성 당시 포스코건설 대표였던 정동화(64) 전 포스코 부회장과 정 전 회장 등 회사 최고위층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과 정 전 회장을 이르면 다음주께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비자금 조성 비리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갈무리되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등 각종 인수합병(M&A) 과정에서의 특혜, 유착 의혹과 포스코P&S의 탈세 의혹 등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해외 자원개발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유전개발사업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기업이 광물개발사업에서도 횡령을 저지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2006년 한국광물자원공사 등과 함께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원 개발비로 130억원을 융자 받았다. 검찰은 융자금이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인 정황을 잡고 정확한 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한국석유공사와 진행한 유전개발사업에서 받은 330억여원의 융자금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남기업은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경영상태가 부실했기 때문에 융자금이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남기업 회장 일가의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횡령 혐의를 규명하는 대로 광물자원공사가 경남기업이 내지 못한 투자비 171억원을 대신 내주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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