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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도부, 보시라이 비리 조사 합의"

보쉰닷컴 "후진타오·장쩌민 등 사태 조기수습 나서"

왕리쥔(王立军)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총영사관 체류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이번 사태의 정점에 있는 보시라이(薄熙來ㆍ사진) 충칭시 당서기의 비리혐의 조사에 합의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중국 반체제 사이트인 보쉰(博迅)닷컴은 13일 후 주석을 비롯한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등 원로들이 사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 보 서기 조사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통상 고위 국가지도자의 비위 소식은 인터넷이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도 당국의 검열로 삭제되는데 이번 왕리쥔 사건은 네티즌들이 실시간으로 사건을 공유하고 정치적 파급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놓고 중국 지도부가 일견 사건공개를 은근히 즐기고 있으며 미국영사관을 통해 중국 안팎에 사건이 널리 알려진 만큼 조사 결과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쉰닷컴은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가 보 서기 조사를 위한 특별소조를 이미 구성했고 충칭에 관련인사들이 대거 파견됐다고 전했다.

왕 부시장은 오는 10월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입성이 유력시되던 보 서기의 오른팔로 최근까지 충칭시 공안국장으로서 범죄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전국무대에서 보 서기의 정치적 입지를 한껏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 6일 돌연 청두 소재 미 총영사관을 찾아가 24시간 이상 머무르며 구명운동을 하고 8일에는 보쉰닷컴을 통해 보 서기를 '중국 최대의 간신'으로 비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이 같은 왕리쥔 사건 배후에 올해 권력개편을 앞두고 후 주석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 세력과 보 서기가 속한 태자당(혁명원로나 고위관리의 자제 그룹) 세력 간 권력투쟁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 서기는 2008년 후 주석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는 대표적 공청단 차세대 지도자인 왕양(王洋)이 맡고 있던 충칭시 서기직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이후부터 충칭시 범죄조직 소탕에 나서면서 충칭에 있던 왕양의 주요 측근 인사를 비리 혐의로 대거 몰아내는 한편 경제정책에서도 왕양의 선(先)경제성장론에 맞서 분배론을 내세우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분배론에 따른 대대적인 저가 서민주택 공급확대 정책 등이 인민의 인기를 얻는 등 이른바 충칭 모델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호평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왕양 현 광둥성 서기는 올 가을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결정되는 9명의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보 서기와 경합 관계에 있다.

보 서기의 독자적이고 거침없는 행보에 위협을 느낀 공청단 세력 등 중국 지도부가 보 서기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막기 위해 왕 부시장 등 주변인물 뒷조사에 나선 것이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명보 등 홍콩언론에 따르면 보 서기는 이번 사건을 해명하기 위해 9일 베이징에 와 지도부와 면담하고 10일에는 핵심 측근인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이 베이징에 나타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 서기가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태자당 세력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공청단 세력과는 정치적 타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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