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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대선자금 수사종결 이후
입력2004-05-23 18:00:48
수정
2004.05.23 18:00:48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일단락됐다. 이번 수사를 통해 현역 정치인 23명이 단죄되고 기업총수와 부회장ㆍ사장급 15~20명이 기소되는 등 처벌 규모면에서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수사가 이뤄졌다.
이 같은 수사결과는 검찰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로 검찰이 ‘눈치보지 않는 수사’를 벌인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검찰의 위상과 독립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많은 기업인이 관련된 이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경제를 감안해 ‘정치인 엄벌, 기업인 선처’의 원칙을 지키려 검찰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련 기업인들이 불구속 기소 처리되고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ㆍ롯데 신격호 회장ㆍLG 구본무 회장 등 기업총수를 불입건 처리한 것이 하나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제사정이 어렵기도 하지만 한국적인 기업풍토에서 정치자금을 준 기업인들의 경우 대개 광의의 기업활동 보호차원에서 소극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불법 정치자금문제는 검찰의 손을 떠나 사법부로 넘어가게 됐다. 엄정한 법률적 판단에 따라 사법처리 수위가 결정되겠지만 가능한 한 어려운 경제사정과 기업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등을 감안해 검찰에서처럼 기업인에 대한 선처가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주는 교훈은 불법 정치자금을 연결고리로 하는 정경유착이 명실상부하게 근절돼야 한다는 점이다. 선거 때마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수많은 정치인과 기업인이 처벌 받는 불행한 사태가 더 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개혁을 통해 돈 안드는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아울러 정부정책이 공정하고 투명해짐으로써 기업이 정권교체에 대한 불안감을 갖지 않는 풍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약점을 없앰으로써 기업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필 빌미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불법 정치자금을 통해 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은 기업에 이중 삼중의 피해와 고통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기업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반기업 정서’가 만연되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도 따지고 보면 불법정치자금과 정경유착 등 불건전한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민경제에 대한 기업의 엄청난 기여에도 불구하고 불법정치자금과 정경유착이 근절되지 않는 한 기업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검찰이 기업에 대한 선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 말을 깊이 새기기를 바란다.
이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은 물론 기업인 모두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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