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골드만 삭스라는 얘기가 입증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전세계 금융기관이 지난 여름에 줄줄이 큰 손실을 보았지만, 미국의 유태계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지난 3ㆍ4분기 순이익을 무려 80% 가까이 늘렸다. 골드만 삭스의 기적은 시장의 실패를 사전에 감지, 숏포지션(매도) 전략을 채택했기에 이뤄졌다는 평가다. 즉 ▦정확한 판단력으로 부실을 미리 예정하고 ▦리스크 관리로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노련함을 보인 것이다. 게다가 자회사 매각과 중개사업(브로킹) 등에서 호재를 맞은 것도 대박의 요인으로 꼽혔다. 21일 골드만삭스는 올해 3ㆍ4분기에서 벌어들인 순익이 28억5,000만달러(주당 6.13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7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63% 증가한 123억3,000만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기타 신용상품 및 고정수입의 순익이 71%가 상승한 4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모기지와 연계된 증권의 가치가 지난 분기말을 기점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회사의 모기지 자산과 레버리지 대출사업의 손실을 상당부분 상쇄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비나이어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 콜에서 "사업의 다양화와 적절한 위기대처 전략이 모기지 손실을 크게 만회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모기지 손실에 대비해 모기지 상품거래를 숏포지션으로 취급하는 전략을 택했다. 비나이어 CFO는 "모기지 위기가 심각하단 사실을 감지하면서 모기지 상품을 모두 숏세일(공매도)했다"며 "리스크 전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모기지 대출 손실액을 24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줄였다. 얼마전 자회사 허라이즌 윈드 에너지 매각해 얻은 9억달러로 부채규모를 3억달러로 줄인 것도 손실 헤지에 한 몫을 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신용경색으로 손실을 낸 두 펀드 중 하나에 20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빠르게 대처했다. 또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10억달러 추가 투자금을 받을 정도로 고객관리에 탁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도이체 방크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골드만삭스는 위기대처에 뛰어날 뿐 아니라 그것을 기회로 포착하는 능력까지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해 모기지 부실로 큰 손해를 본 베어스턴스의 순익은 61%나 급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베어스턴의 고정수입 순매출이 무려 91%나 깎여 1억1,800만달러에 그쳤다. 순익은 1년전보다 61% 감소한 1억7,000만달러, 주당 3.02달러로 집계됐다. 리먼브러더스와 모건스탠리의 순익도 각각 3%, 7% 감소했다. 리먼브러더스는 모기지 손실액을 10억달러를 7억달러로 줄였으며, 모건스탠리는 12억달러를 9억4,000만달러선으로 줄였다. 용어설명 ◇숏세일(short sale :공매도)이란 = 앞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가격하락을 예상하고 A종목 주식을 현재의 주가 3만원에 매도한다. 며칠 후 결제일 가격이 2만원으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는 그 가격에 A종목을 사서 결제하고 1만원의 시세차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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