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방한은 지난 2009년 이 대통령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후년쯤 한국을 방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며 이슈가 됐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한 이 방한은 국내에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 대통령은 독도 방문의 이유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강국인) 일본이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깨우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말 교토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과거사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를 기다렸지만 종군위안부 문제 등에서 변화가 없었다"며 "대통령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며 한일관계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일왕을 거론해 일본 우익세력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본 측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진보ㆍ보수를 막론하고 민감한 소재인 일왕을 직접 거론했기 때문에 독도 방문과 맞물려 당장에는 한일관계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일왕을 정치적 공론의 영역에서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일본 사회 특성상 정부 차원의 공식 대응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10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일부 각료들이 개인 자격으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밝히는 식으로 일본에서도 대응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셔틀외교 중단을 비롯해 검토하고 있는 독도 방문 후속조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하종문 한신대 교수는 일본 측에서 예상되는 반박과 관련해 "정치행위에 관여하지 않는 일본 일왕을 민감한 과거사 문제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를 거부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일본 우익 입장에서 일왕이 과거사와 관련한 민감한 지역에 가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연이은 강공이 측근 비리 등으로 힘이 빠지고 있는 국정운영에 다시 힘을 싣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임장관실 조사에 따르면 독도 방문에 대한 여론 지지도가 80% 이상 나온 만큼 8ㆍ15 광복절 이후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경제위기 등에 동력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통합당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두고 1년 사이 완전히 뒤집힌 입장을 나타내 빈축을 사고 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교섭단체연설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깜짝쇼'라고 규정하며 '나쁜 통치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우상호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것으로 일본의 의도에 말려든 꼴"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이 같은 입장은 1년 사이 180도 바뀐 논리다. 지난해 5월26일 당시 원내 대변인이던 홍영표 정책위 부의장은 국회 독도특위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한 서면 브리핑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일본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를 방문했는데 우리 대통령은 왜 독도에 방문하지 않는지 국민은 의문스러워하고 있음을 주지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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