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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끼리 문화' 벗어나야 선진국 가능하다

배타성 높아 외부 무관심 보편적 가치관 형성 방해<br>사회적 자본 축적 어려워 개방·투명한 사고 가져야


선진국의 문턱에 선 대한민국의 국가 신뢰도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래도 국민들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검찰총장의 말을 두고 때아닌 진실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세계 1등 기업을 지향하는 국가의 최고 법집행 공직자의 행동이라 다들 설마 했을 거다. 더구나 정직ㆍ투명 등의 보편주의적 가치관이 체화된 서구인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혈연ㆍ지연ㆍ학연 등이 강하게 형성된 특수주의적 가치관, '끼리의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인간의 보편주의적 가치가 가족ㆍ동창ㆍ고향 등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특정 조직 내에서 잘 작동되는 신뢰와 투명성은 조직을 벗어나면 더 폐쇄적ㆍ배타적으로 변한다. 끼리 안에서는 비밀이 유지되고 공정성보다는 의리가 중시된다. 심지어 부정과 부패까지도 보호받기 일쑤다.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에 의하면 어느 나라나 가족에 대한 신뢰도는 높으나 외부인에 대한 신뢰도에는 여타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스웨덴(70%), 스위스(52%), 미국(41%) 등의 서구 국가가 높은 반면 한국은 15%로 뚝 떨어져 낮은 국가에 속한다. 이런 성향이 내부 결속도는 높이는 반면 외부에 대해선 배타성을 높게 해 외부인에게 무관심하거나 심한 경우 적대적으로까지 행동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결속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특정 동문회ㆍ전우회ㆍ향우회가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결속력이 좋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들이 대개 이런 성향을 보인다. 최근 언론의 중심에 서 있는 검찰과 국정원, 군 사이버수사대의 문제가 모두 보편주의적 가치관이 잘 작동하지 않은 예이다. 이런 특이한 한국적 결속력이 조직이나 기업의 성과,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는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보편주의적 가치관의 형성을 방해하고 시민사회의 발전을 막아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국가 간에 사회적 자본의 축적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공공부문의 부패인식지수(CPI)가 이의 단면을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2001년의 4.2에서 10여년 만에 5.6으로 크게 나아졌으나 국제사회의 투명성 목표인 7.0에는 갈 길이 멀다. 아시아권에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8.7)와 홍콩(7.7)을 제외하더라도 일본(7.4)과 대만(6.1)이 우리나라보다 투명하다는 점에는 우리가 반성할 바가 많아 보인다.



예로부터 사회적 자본은 거래의 제약 요인을 줄이고 거래 비용을 낮춰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왔다.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매출액으로 7위 기업이던 엔론사가 분식회계와 부정으로 파산하고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이 25년형을 받게 되자 기업의 사회적 자본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투명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미국 사회에서는 큰 충격이었다. 이에 비하면 한국 사회는 전반적인 투명성이 낮을 뿐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 대한 도덕적 요구도 높지 않았다. 위로는 전직 대통령, 관료나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달라졌다. 신뢰나 투명 등이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선진화된 국가, 경쟁력 있는 기업의 필수 요건이 됐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신뢰(Trust)'를 출간한 지 18년이 돼 글로벌 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우리 '끼리의 문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좀 더 개방적이고 정직하고 투명한, 세계 시민의 보편주의적인 가치관으로 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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