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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1일] 10%가 좌우하는 '이상한 기준'

A업체에서 물건을 9개 사는 사람이 있고 1개를 사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9개를 구매하는 사람의 말발이 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현실이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다. 바로 최근 가격논란을 빚고 있는 아스콘 업계의 얘기다. 흔히 도로를 포장하는 데 쓰이는 아스콘의 유통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대기업인 정유사들이 아스팔트를 공급하면 중소 아스콘 업계가 이를 원료로 아스콘을 생산해 건설사와 조달청에 납품하고 있다. 이 중 아스콘의 최대 수요처는 조달청이다. 국가에서 도로건설을 맡다 보니 국내 생산량의 80% 이상을 조달청이 쓰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스콘 공급가격의 기준은 시장가격이다. 관련법상 민수부문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관수가격도 올릴 수 없다. 건설사가 사용하는 10~20%에 해당하는 물량이 아스콘 거래 가격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셈이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가격결정의 기본은 수요와 공급이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결정의 주체가 된다. 하지만 정작 최대 시장참여자인 조달청은 가격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시장의 10%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진정한 시장가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형성돼야 할 가격이 왜곡돼 있으니 부작용이 심한 것은 당연하다. 건설사는 조달청이 먼저 올리면 올려준다고 하고 조달청은 관련법상 시중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관수가격을 올릴 수 없다며 떠넘기고 있다. 이 와중에 아스콘 업계는 등이 터지고 있다. 한 아스콘 업체 대표는 “건설사는 관급가격을 기준으로 공사를 수주해 이를 다시 발주하기 때문에 하청단계가 내려갈수록 가격은 더 떨어진다”며 “이 가격을 기준으로 관급가격을 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얼마 전 지식경제부의 고위관계자는 “아스콘 가격을 둘러싼 갈등은 20년 전부터 되풀이해온 문제”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돌려 말하면 정부가 뻔히 알면서도 20년 동안이나 문제를 묵혀왔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저 묻어놓고 외면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아스콘 업계는 요즘 정유사의 아스팔트 값 인상과 정부의 관수가격 고수 정책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곪은 종기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는 것이다. 10%가 전체의 기준이 되는 법은 잘못된 법이다. 더 늦기 전에 법을 손질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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