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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미술은 ‘가깝지만 낯선’ 존재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아시아 미술은 중국ㆍ일본 위주에 종종 인도미술이 소개됐으나 서양미술과 비교하면 빈약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아시아 리얼리즘’은 19세기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약 100년간 활약한 아시아 10개국의 ‘국민작가’들을 고루 선보인 전시다. 40여 소장처에서 106점의 회화를 모았으며 한국 작품 13점을 제외하면 모두 국내 첫 공개다. 다카하시 유이치(高橋由一)가 1872년 메이지 유신 시기의 유명 기생 ‘오이란(花魁)’을 그린 초상화는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일본에서 국외 반출을 허락했다. 일본 근대회화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명작으로 서양에서 도입한 원근법을 적용했으되 늙은 기생의 튀어나온 광대뼈까지 묘사할 정도로 ‘기록’에 충실했다. 당시 아시아 국가들의 ‘리얼리즘’에는 서양미술에서 받아들인 ‘사진 같은 사실적 재현’과 전통 기법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담겨 있다. 필리핀 작가 페르난도 아모르솔로의 ‘모내기’의 한가로운 농촌 풍경에는 20세기 식민지 국가들의 ‘현실도피’ 경향이 보이는 반면 말레이시아 작가 라이 풍 모이가 여성 건설 노동자를 그린 ‘선수이 노동자’나 중국 쉬베이홍의 ‘우공이산’ 등에는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반영됐다.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풍경화에 일본 후지산을 그려넣은 듯한 고세다 요시마치의 ‘시미즈의 아침’이나 19세기 프랑스 작가 오노레 도미에의 ‘3등 열차’가 떠오르는 아카마쓰 린사쿠의 ‘밤기차’ 등은 아시아 그림인지 서구 그림인지 애매할 정도다. 전시는 10월10일까지, 성인 입장료 5,000원. (02)202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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