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겠습니다.” 캐딜락과 사브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이영철(59ㆍ사진) GM코리아 사장은 21일 “한국 수입차시장 트렌드를 독일이나 일본 브랜드가 주도하다 보니 미국차가 국내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미국차에 대한 고객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 자동차 명가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GM코리아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 사장은 “캐딜락의 명성과 사브의 탁월한 성능을 그동안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들 명차의 진면목을 제대로 고객에게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캐딜락이 동급 차량과 비교해 성능과 품격 면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시승행사나 마케팅 활동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장 취임 이후 1년 동안이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1년은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겠다는 게 이 사장의 복안이다. 그의 다양한 시도는 모델 라인업 및 딜러 보강, 마케팅ㆍ판매 네트워크의 강화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이 사장이 직접 운전한 캐딜락 STS 4.6 모델은 묵직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시내주행중에 융단을 미끄러져가는 느낌을 전해줬다. 예상보다 적은 소음과 탁트인 도로에서의 탄력있는 주행은 명가의 혈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서울 성수2가에서 서울숲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비록 긴 구간은 아니었지만 명차의 위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GM이 유럽차와 경쟁하기 위해 엔진을 튜닝하고 소음을 줄인 차량이 바로 STS이라는 설명에 수긍이 갔다. 대통령의 차이자 미국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캐딜락은 동승 인터뷰 내내 조용한 사무실을 연상할 정도로 정숙성을 뽐내기도 했다. 또 캐딜락 특유의 디자인과 파워는 동급의 일본차나 유럽차에 비해 전혀 손색없을 정도였다. 이 사장은 STS를 ‘두 얼굴의 차’라고 표현했다. 주행 중 투어링 모드에서는 정숙한 부인의 면모를 보이다가는 퍼포먼스 모드에서는 젊은 여인의 활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자가 체험한 차량의 소음은 일본의 렉서스보다는 다소 컸지만 유럽차보다는 작았다. 주행느낌도 다소 딱딱한 서스펜션을 지닌 유럽차보다는 부드러웠다. 이 사장은 “STS는 과거 출렁거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부드러웠던 서스펜션을 보다 딱딱하게 셋팅했으며 시속 100㎞를 단 5.9초에 돌파하는 스포츠카의 주행능력도 갖췄다”며 “오는 11월께 새로운 디자인으로 선보일 캐딜락 올뉴CTS 2.8과 함께 GM코리아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올뉴CTS는 ‘캐딜락이 현대적으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GM의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첫 작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사브에 대한 애착도 보였다. 그는 “차체는 다소 작지만 화려하면서도 힘있는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해주는 사브는 마치 고성능 랩톱(노트북) 컴퓨터와 같다”며 “한국시장에서는 연간 300여대 밖에 못팔고 있지만 스웨덴과 영국에서 1만대 이상 팔리는 인기 차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 가을 사브93 모델이 출시되면 사브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경영철학을 묻는 질문에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스피드’라고 답했다. ‘내 코트에 볼을 재우지 말라’(No ball in my court)는 신조 아래 의사결정을 가능한 빨리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경영에서 의사결정이 빨라야 조직이 생동감 있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사소한 오류가 있더라도 빠른 액션으로 연결되는 스피드경영이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이 평소 그의 경영방침이자 철학이다. 한편 이 사장은 지난 72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이듬해 옛 대우실업㈜에 입사한 뒤 ㈜대우 영국현지법인을 거쳐 대우자동차 중남미수출본부장과 해외생산법인사업 담당임원 이집트생산법인 대표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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