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상근 연구원 마이클 오슬린 전 예일대 부교수는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시리아가 과거 핵 개발을 놓고 말 흐리기와 거짓말로 일관했던 북한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런 수법에 또다시 놀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슬린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는 믿을만하다’는 후렴구가 달린 해답 없는 ‘외교적 돌림노래’를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백악관은 미국 안에서 ‘입으로만 위협’하는 신세로 전락했으며 러시아가 주도하는 외교협상에 발이 묶여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고민할 기회도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북한 사례를 보면 협상 수단으로서 대화의 한계를 알 수 있다. 또, (독재)정권을 제대로 응징하기를 꺼리는 강대국들의 무기력한 모습도 볼 수 있다”면서 과거 북핵 협상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짚었다.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4년 북핵 개발 초기단계에 북한 폭격 직전까지 갔다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의 외교적 개입으로 핵개발 포기를 끌어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등 국제사회 사이에는 불신으로 점철된 협상만 반복됐고 북한이 핵 기술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함께 보유하는 결과만 불러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비밀리에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2002년 뒤늦게 이를 시인하고, 2010년에는 미국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현대식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했다.
오슬린은 “대량살상무기를 공개하겠다는 독재자의 말을 믿으면 어떤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되는지 북한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면서 러시아가 제안한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방안은 신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리아는 러시아의 중재 덕에 화학무기를 숨길 시간을 벌었으며 실제로 아사드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트럭에 실어 이라크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주장했다.
오슬린은 또한 북한이 지난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올해 초에는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과 지난 4월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것 등 최근 사례들도 지목했다.
그는 “북한의 어린 지도자 김정은조차 오바마 대통령을 골탕먹였다”며 “시간끌기와 말 흐리기, 노골적인 거짓말은 대미협상에서 북한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실수’라고 지적한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라며 “(이대로라면) 시리아 사태에 대한 논의도 대북 협상처럼 굴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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