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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용시장의 탈(脫)스펙, 기업문화로 발전해야

기업들의 채용방식이 스펙 위주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능력평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서류-필기시험-면접이라는 형식을 버리고 학력과 사진ㆍ이름 등을 가린 채 면접을 하거나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열정을 가진 창조적 인재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시도가 점차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획일성을 날려버린 채용시장의 새 바람이 신선하다.

얼마 전까지 우리 기업의 인재상은 외국어를 잘하고 자격증을 보유한 상위권 대학 졸업생이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취직하기 위해서는 사회봉사활동과 어학연수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기업 스스로 구성원의 개성을 없애고 지시만 따르는 무색무취한 직장인을 강요한 셈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간 평균 근무시간(2,193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길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평균을 한참 밑도는 수준(29.75달러)에 머문 이유에는 직원의 몰(沒)개성화도 한몫을 했다. 채용 풍속도의 변화가 반가운 것은 이렇듯 무기력한 우리 경제에 도전과 창조의 힘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변화의 바람이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새내기 직원들의 도전의식이 기업문화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 대기업 임원의 60%를 소위 3개 명문대 출신이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신입직원이 좁은 취업문을 뚫고 직장에 들어와도 학력ㆍ지연ㆍ혈연의 덫에 갇힐 수 있다는 의미다. 인맥에 기반을 둔 줄 세우기를 버리고 능력대로 평가해 직원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기업문화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신입직원은 기업의 미래다. 이들이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제대로 보상을 받을 때 기업은 지금보다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다. 도전의식이 강한 사회 초년병들이 정작 직장 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스펙의 세계로 돌아간다면 한국의 애플과 구글은 절대 나올 수 없다. 성큼 앞으로 다가온 혁신의 기회를 기업 스스로 잡으려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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