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는 73으로 좌변을 보강했다. 이것으로 좌변의 흑대마는 안전해 보인다. 이세돌의 백74는 힘을 비축한 수. "하지만 너무 발이 느린 수가 아닐까?" 필자가 서봉수9단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 반상최대야."(서봉수) 이영구는 흑75를 선수로 두어 좌변 흑대마의 안전을 재확인했다. 계속해서 흑77로 중앙의 흑대마까지 튼튼하게 보강해 버렸다. 필자의 눈에는 흑이 반면으로 15집 이상 이기는 바둑으로 보였다. 필자가 다시 서봉수에게 물었다. "흑의 완승국 같은걸. 백이 시비를 걸어볼 데가 없지?" "무슨 소리! 아직 끝나려면 멀었어. 갈 길이 멀어." 이때 이세돌의 백78이 놓였다. 서봉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79로 받아서 아무런 후환이 없어 보인다.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서봉수는 비로소 참고도1의 백1 이하 5를 놓아보였다. 이 그림대로 된다면 좌변의 흑대마는 몰살이다. 그러므로 흑은 4로 좌상귀를 지키지 않고 좌변을 살릴 수밖에 없으며 좌상귀에는 승부패가 남는다는 설명이었다. 백84는 마지막 남은 요처. 흑85는 축머리가 좋은 것을 확인하고 둔 강경책. 축머리라 함은 참고도2의 백1로 반발했을 때 흑2 이하 6으로 응수하는 경우의 축머리를 말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