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되면서 중국등 신흥국가들마저 자국 통화 절상에 나서 미국 달러화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고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등 신흥국가를 비롯해 남미국가의 중앙은행마저도 과도한 물가 상승을 막기위해 자국 화폐의 평가절상을 용인하면서 달러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그간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자국 화폐의 평가 절상을 막아왔다. 따라서 달러화는 약세가 시작된 지난 2002년 이래 주로 유로화나 캐나다 달러화 등 선진국 환율에만 영향을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견고한 경제 성장에 따른 해외 투자 자금 유입 등으로 신흥국가들의 상황이 바뀌었다.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용인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수입 물가를 낮춰 물가 상승을 희석 시키려면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만한 해법이 없다. 이로써 달러화는 선진국 통화는 물론 아시아, 중동 국가 등 개도국의 통화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약세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3%가량 절상됐다. 이는 지난해 위안화 평가 절상 속도에 비해 2배 정도 빠른 것이다. 베트남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지난 2월 베트남의 물가 상승률은 최근 12년 동안 최고치인 15.7%나 됐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 달러에 대한 동화의 변동폭(밴드)을 기존 0.75%에서 2%로 확대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등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도 인플레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달러 페그제에 대한 재검토에 들러간 상태다. 이들은 원유 등 원자재 시장에서 기본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환율 전략가인 로렌스 굿맨은 “신흥국 인플레이션이 위험수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1년 전만 해도 24개 신흥국 가운데 75%가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맞췄지만, 지금은 20%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대비 아시아 지역 통화의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이머징 시장 채권 전문가인 에드윈 구티에레즈는 “아시아 지역 통화들은 투자하기 좋은 상황”이라며 “말레이시아 링깃, 필리핀 페소, 싱가포르 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 태국 밧화등은 앞으로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모든 개도국이 같은 입장은 아니다. 헝가리,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대규모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국가들의 통화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헝가리는 지난 달 인플레이션 딜레마에 보다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간 유로화에 묶여 있었던 자국 통화인 포인트의 변동폭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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