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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눈총 받는 은행들 실적 자랑
입력2011-03-20 18:14:08
수정
2011.03.20 18:14:08
3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은행권이 분주하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해 실적발표 준비에 몰두하는 탓이다. 개별 은행별로는 희비가 갈릴 수 있지만 은행권 전체적으로는 대체로 '장사 잘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ㆍ외환은행 등은 모두 지난해에 조원대 당기순이익을 내기도 했다.
은행들은 실적 호전은 금융위기 종결이라는 측면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로 주요 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금융위기 직후에 비해 크게 호전된 상황이다. 부실을 감당 못해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던 10여년 전의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우리 은행들의 경영체질이 매우 건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주요 은행의 경영진은 주주들로부터 박수와 격려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은행들의 실적 잔치의 이면에는 이자 놀이로 돈을 벌었다는 원죄가 묻어 있다. 은행들은 이자수입은 은행이 고객의 부도나 장기 연체 등으로 돈을 떼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영업을 한 정당한 대가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과연 현재 은행들은 고객의 위험을 함께 감수하고 돈을 번 것일까. 5대 은행의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2월 말을 기준으로 1년간 주택담보대출과 대기업대출이 각각 10조원 가량씩 늘었다. 반면 가계 신용대출은 2,000여억원 줄었고 중소기업 대출은 고작 1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마디로 돈 떼일 염려가 없거나 떼이더라도 담보가 확실한 고객만 골라 받았다는 뜻이다.
은행은 이처럼 게으르게 영업을 하면서도 순이자마진(NIM)이 높아졌다며 자랑하고 있다. 쉽게 풀이하자면 싼 금리로 돈을 끌어와 이윤을 많이 붙인 비싼 금리로 돈을 대출해줬다는 뜻이다. 더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는 탓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여지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만큼 은행들의 이자수입도 오를 것이다.
은행권은 이번 결산 주총에서 이자 장사로 돈 번 것을 자랑하기보다는 자성해야 할 것이다. 담보대출 등에 안이하게 돈을 벌기보다는 대출고객과 위험을 함께 분담하면서 돈 벌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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