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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10월 29일] 단속과 보호의 경계에 선 음란물
입력2009-10-28 20:13:29
수정
2009.10.28 20:13:29
지난 7월 미국ㆍ일본의 유명 포르노 제작업체들은 자사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국내 네티즌 1만여명을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얼마전 3회 이상 음란 영상물을 올린 네티즌 ID 6만5,000여개를 추가 확보하고 공소시효가 임박한 업로더(uploader) ID 300여개를 우선적으로 고소하는 한편 나머지도 차례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저작권 침해로 인한 무더기 고소사건을 각하하기로 해 자칫 수만명의 네티즌이 수사받을 위기는 넘기게 됐다. 그러나 검찰은 음란물 유포행위는 실정법 위반이고 사회풍속을 해하는 중대 범죄임을 감안해 철저히 수사해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온라인상에서 불법 음란물 유통행위를 일삼았던 헤비 업로더들은 철퇴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것이 불법 음란물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합당하냐 하는 것이다. 형법상 제조, 소지 및 판매, 수입이 금지되는 음란물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저작권법이 음란물의 침해를 인정하는 이유는 저작권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저작물의 예술성ㆍ이념성ㆍ도덕성 등이 아니라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ㆍ배포했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만약 예술성ㆍ도덕성 등 질적 가치를 기준으로 저작물을 인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저작물 심의제가 도입돼야 할 것이고 질적 가치에 대한 자의적 판단으로 저작권의 법적 안정성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할 때 도덕성 여부를 따져서 보호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생활 자체를 보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지 저작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저작물 자체는 형법이나 민법 등 기존 법률에 의해 보호되고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 태어난 것이다. 또한 형법이나 청소년보호법상으로 문제가 있는 저작물은 음란물이나 청소년 유해매체로 분류돼 그 자체가 불법화된다.
그러나 저작권법상으로는 합법·불법의 경계가 저작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자로부터 정당한 권한을 부여받았는지 여부에 달렸다. 음란물 자체는 보호받지 못하고 단속돼야 하지만 설령 음란물과 같은 불법물이라 하더라도 남의 것을 무단 침해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길에서 파는 불법 복제물을 정부가 단속은 하지만 시민들이 멋대로 가져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네티즌 고소사건에 대해 검찰이 각하 처분을 내린 것은 대량고소에 따른 수사는 현행법상 불법인 포르노 유포를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 음란물업체의 경우, 비록 이번 고소행위가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더라도 그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 사회에서는 허용되는 행위이고 어떠한 형태로든 그들의 저작물에 대한 침해가 국내에서 행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수많은 네티즌을 대상으로 하는 송사로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일부 법무법인의 행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사태가 온라인상의 불법 음란물 유통행위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고 남의 저작물이면 설령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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