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제출한 증언자료에서 "경기가 예상대로 회복된다면 양적 완화 규모를 올 하반기에 축소한 뒤 내년 중반에 중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고용 시장과 인플레이션 상황이 악화되거나 금융시장 상태가 너무 나빠지면 매달 850억 달러 수준인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산매입 규모는 경제와 금융시장의 상황에 달려 있다"며 "경제 전망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여전히 실업률이 높은데다 인플레이션도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미달하고 있어서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준이 통화정책 수정의 기준으로 제시한 실업률 6.5%와 물가상승률 2%을 상기하며 "이들 지표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져도 자동적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버냉키 의장은 "주택시장의 강력한 회복세가 고용시장의 점진적인 회복에도 도움을 주면서 경기 회복이 완만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경제상황에 대한 리스크도 지난해 가을 이후로 줄어들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고용 상황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강한 어조로 "실업률이 일반적 기대치보다 너무 높고 불완전고용률과 장기실업자 수도 여전히 많다"며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분명히 했다. 또한 연방정부의 자동 지출삭감, 시퀘스터(sequester)가 경제성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부채한도 상한 등을 둘러싼 의회의 마찰이 경기회복을 저해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경고해, 의회가 경기회복의 장애물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버냉키 의장의 이번 발언은 이미 지난달 출구전략의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라 시장이 요동치는 경험을 했던 만큼, 시장의 불안을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는 지난달 19일 "실업률이 7% 아래로 내려가는 등 미국의 경기회복이 기대만큼 이뤄진다면 연준은 올 하반기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수 있으며 2014년 중반에는 이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해 시장을 '버냉키 쇼크'에 빠뜨린 바 있다. 이에 지난 10일 전미경제연구소(NBER) 주최 행사에선 "상당한 수준의 경기확장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필요하다"며 파장의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뉴욕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0.18% 오른 1만5,482.02로 출발했고, S&P500 지수는 0.32% 오른 1,681.71로 장을 시작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0.05%포인트 하락(국채가격 상승)한 2.55% 선에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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