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세계랭킹 1위 결정전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허리 수술 후 재활 중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9·미국)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상위 랭커들이 1인자 자리를 사정권 안에 뒀다. 9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15야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2~5위 애덤 스콧(호주), 헨릭 스텐손(스웨덴), 버바 왓슨(미국), 매트 쿠차(미국) 등이 1위에 오를 수 있다. 지난해 3월 세계 1위에 복귀한 우즈는 1997년 6월 처음으로 왕좌에 오른 뒤 지금까지 총 682주간 1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초 캐딜락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최근 2년간의 성적으로 산정하는 순위가 내려갈 상황을 맞았다.
이밖에 그린이 물로 둘러싸인 17번홀 플레이와 한국 선수들의 우승 도전도 이번 대회 관전 포인트다.
◇2위 스콧, 16위만 해도 넘버원=1위 우즈(8.23점)와 5위 쿠차(7.05점)의 랭킹포인트 차이는 1.18점에 불과하다. 2~4위의 4명 모두 '한 방'이면 생애 처음으로 1인자에 오를 수 있다.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선수는 2위 스콧. 지난해 고국 호주에 처음으로 마스터스 우승을 안긴 스콧은 이후 꾸준하게 포인트를 쌓았다. 이번 대회에서 16위 안에만 들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는 2004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다. 랭킹 3위이자 2009년 이 대회 우승자 스텐손은 이번에 6위 안에 들어야 한다.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인 4위 왓슨은 단독 2위를 하고 스콧보다 성적이 좋아야 한다. 5위 쿠차는 2012년에 이어 다시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1위 등극이 가능하다.
◇17번홀이 승부 가른다=워터해저드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을 가진 17번홀(137야드)은 가장 유명한 파3홀 가운데 하나다. PGA 투어 집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이 홀에서는 4,803차례의 티샷 중 10.9%인 525개가 물에 빠졌다. 지난해 투어 전체 파3홀 난도가 공동 93위로 매우 까다로운 홀은 아니지만 승부의 기로에서 커다란 긴장감을 안겨준다. 2005년 3라운드 때 선두권에 있던 봅 트웨이(미국)는 4차례 티샷을 물에 빠뜨리고 5번째 티샷(9타째)을 겨우 그린에 올린 뒤 3퍼트를 더해 무려 12타를 적어내는 악몽을 경험했다.
올해부터는 연장전 방식이 서든데스에서 16·17·18홀 3개 홀 타수 합산 방식으로 바뀜에 따라 17번홀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코리안 군단 "어게인 2011"=144명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코리안 군단은 2011년 영광의 재연을 노린다. 당시 최경주(44ㆍSK텔레콤)는 데이비드 톰스(미국)와 공동 선두를 이뤄 연장 승부에 돌입, 17번홀에서 멋지게 파를 지켜내며 기어코 한국선수 최초 우승을 일궈냈다. 최경주를 비롯해 배상문(28ㆍ캘러웨이), 노승열(23ㆍ나이키골프), 이동환(27ㆍCJ오쇼핑), 양용은(42ㆍKB금융그룹), 위창수(42), 재미교포 케빈 나(31·나상욱) 등이 출격한다. 2주 전 취리히 클래식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며 이 대회 출전권을 따낸 노승열의 활약이 주목된다. 이 대회는 총상금을 950만달러에서 올해 1,000만달러로 늘려 PGA 챔피언십과 함께 최고 상금 규모를 자랑한다. 우승상금은 180만달러(약 18억4,500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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