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물량이 약 9만여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털어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사업장을 중심으로 계약 조건 완화는 물론 경품 제공이나 임대주택으로 전환, 인맥동원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지방 사업장에서 가장 흔하게 동원되는 미분양 전략은 분양시장 ‘문턱 낮추기’이다. 부산 정관지구에서 동시 분양 중인 업체들은 계약조건으로 중도금 전액 무이자와 계약금 300만원 정액제, 취득ㆍ등록세 지원, 발코니 확장 및 새시 무료 시공 등이 제공되고 있다. 계약 체결시 백화점상품권이나 여행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물량공세도 동원되고 있다.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대구 지역에서는 더욱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달서구의 A업체는 중도금과 잔금 유예제도를 도입했다. 중도금과 잔금 납부기한을 별도의 이자 지불 없이 입주 후 1~2년까지 늦춰주는 제도. 또 다른 업체는 ‘원금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입주 시점에 분양가보다 아파트 시세가 하락하면 구매자가 계약을 포기할 수 있게 한 제도로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대구 지역의 B건설업체 관계자는 “그야말로 출혈경쟁”이라며 “외환위기 때 분양시장에 등장하던 마케팅 전략들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은 호남지방도 마찬가지. 광주 신창지구의 C업체는 입주 후에도 분양이 되지 않은 물량들을 1~2년 단위의 전세나 임대주택으로 돌리고 있지만 그마저도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충청권에서 상반기에 공급물량이 집중됐던 천안 등지에서는 기존 계약자나 인근 중개업자 등의 인맥을 동원해 계약률을 높이고 소개비를 제공해주는 행태가 일반화돼 있다. 건설업체들이 지방 사업장에서 ‘물량공세식’ 미분양 해소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지방의 D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내건 단지일수록 입지나 투자가치 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아 계약을 꺼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 살 깎아먹기’식 마케팅보다는 분양가를 낮추려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방시장에서 미분양의 가장 큰 원인은 업체들의 고분양가 책정에 있다. 미분양 혜택을 제공하는 것보다 미분양이 발생하기 전에 분양가를 미리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부 업체들은 지방 사업장의 경우 2~3년간 장기 미분양을 고려한 비용까지도 분양가에 포함해 산정하는 ‘모럴 해저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