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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대기업 관련 사건에 대한 선고가 잇따르자 법조계에서는 이 주를 '슈퍼 위크'라고 불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1심 선고와 4조원대의 삼성가(家) 유산 소송에 대한 1심 결론이 하루 걸러 나왔기 때문이다. 둘 다 재계 선두 기업과 관련된 소송이었기에 세간의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소송 결과도 결과였지만 사건을 대리한 변호사들에도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쟁쟁한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의 내로라 하는 변호사들이 총출동한 만큼 결과에 따라 변호사들의 명암도 엇갈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 유산 소송의 승자 측은 '로펌 연합군'으로 유명해진 법무법인 세종과 태평양, 원의 변호사들이다.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와 태평양 강용현 변호사, 원의 유선영 변호사가 법정 변론을 맡았다. 춘천지법원장을 지내고 다수의 행정ㆍ형사사건을 맡은 바 있는 윤 변호사와 변호인단의 맏형으로서 한국민사집행법학회 회장으로 있는 강 변호사가 변론을 주도했다. 변론의 빈틈은 송무 전문인 유선영 변호사가 메웠다. 소송 쟁점이었던 상속재산의 동일성과 제척기간 경과 등을 탄탄한 논리로 뒷받침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태평양 권순익 변호사와 세종 오종한 변호사, 원 홍종호 변호사가 그 뒤를 받쳤다.
원고 측이 항소 의사를 밝힘에 따라 소송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져 2심에서도 이들은 별 무리 없이 변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삼성 사건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이 각 변호사 경력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법무법인 화우도 베테랑 변호사들을 총동원했지만 패소로 인해 체면을 구기게 됐다. 판사 출신이자 삼성자동차 14개 채권단이 낸 '부채소송'을 맡아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끈 바 있는 김남근 변호사가 법정 변론을 주도하며 재판 때마다 깔끔한 프레젠테이션과 정교한 논리를 선보였다.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낸 김대휘 변호사가 변론 빈틈을 메웠고,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치며 기업관련 조사 경험이 풍부한 차동언 변호사도 변론에 나섰다. 차 변호사는 법정 안은 물론 밖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판사 출신으로 다양한 민ㆍ형사 소송 경험이 있는 유승남, 윤병철 변호사가 뒤를 받쳤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 패배를 하면서 화우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기는커녕 삼성을 대적했다는 점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의 변론에는 법무법인 김앤장과 '변호사계 블루칩' 민병훈 변호사가 나섰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판사 시절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1심 재판을 맡기도 했던 민 변호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 사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횡령 사건에서 재계 회장들을 대리했다. 정교한 논변으로 재판을 주도한다는 평을 받는 민 변호사지만, 한화와 SK 모두 총수 법정구속으로 결론이 나면서 스타일을 구겼다.
함께 선임된 김앤장 신필종 변호사 역시 판사 출신으로, 삼성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변호인으로 활약한 바 있다. 신 변호사는 재판 때마다 세련되고 정중한 변론 스타일로 검찰의 논리를 맞받아쳤지만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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