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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서 더 커 보이는 선수가 있다. 지난해에 이어 한국프로골프(KPGA) 상금왕을 2연패한 배상문(23ㆍ키움증권)이 그런 선수다. 180㎝는 요즘 젊은 골프선수 키로는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카리스마를 풍기는 언행과 교과서 같은 스윙이 더 크고 강해 보이도록 만드는 느낌이다. 카리스마는 흉내내기 어렵겠지만 그의 스윙이 아마추어가 따라 하기에 제격이라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올 시즌 평균 292.95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려 비거리 2위에 오른 배상문은 소문난 장타자이지만 벼락 같은 헤드스피드로 때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말하자면 타이거 우즈 같은 '히터(hitter)'와 어니 엘스 같은 '스윙어(swinger)'의 장점을 합친 듯한 스윙이다. ◇리듬과 템포=배상문이 가장 강조하는 장타의 비결은 리듬과 템포다. 그는 프로골퍼들이 흔히 구사하는 '클럽을 들다 말고 내리는 듯한' 스윙과 다르다. 백스윙을 충분히 했다가 다운스윙으로 전환하는 동작이 아마추어의 눈에도 보일 정도다. 그는 "스윙 템포를 천천히 늦추면 리듬감 있게 다운스윙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리듬과 템포에 신경을 쓰면 볼을 페이스 한가운데 맞힐 수 있고 오히려 거리가 더 늘어난다"고 조언한다. ◇100도 어깨 회전=배상문의 스윙 코치인 정대길씨는 "백스윙 톱이 멀리 똑바로 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90도 넘게 팽팽하게 회전된 어깨는 정석에 가깝다. 백스윙을 '충분히'하는 것과 '크게'하는 것은 다르다. 흔히 말하는 오버 스윙은 어깨는 덜 틀어주고 양손만 들어올리는 형태다. 백스윙 크기는 헤드의 이동거리가 아니라 어깨 턴의 크기다. 왼쪽 어깨가 턱 아래로 올 때까지 천천히 돌려준다. 왼팔은 쭉 펴졌고 정면에서 가슴과 오른쪽 어깨가 보이지 않으며 허리는 팽팽하게 꼬여 있다. 백스윙을 충분히 해줘야 이후 단계의 리듬을 맞출 여유가 확보된다. ◇하체 움직임=서울경제 골프매거진 기술 부문 에디터인 유응열 SBS골프채널 해설위원은 "왼팔이 지면과 수평을 이룰 때까지 왼쪽 무릎이 미동도 하지 않는 점을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파워는 상체와 하체 사이의 꼬임에서 나온다. 어깨와 허리가 팽팽하게 감기는 동안 골반과 하체는 버텨야 꼬임이 최대가 된다. 다운스윙을 시작할 때 상체보다 골반을 먼저 열어줘 상ㆍ하체가 이루는 각을 더 키우는 동작은 장타자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유연성과 근력=스윙의 리듬은 충분한 백스윙 크기에서 시작되며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력한 상체 회전을 감당할 수 있는 등허리와 배ㆍ하체 근력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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