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출구전략에 따른 신흥국의 충격이 다음달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20회의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다음달 19~20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선진국의 유동성 축소가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G20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선진국 출구전략이 신흥국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도록 요청하는 등 충격수위 파악에 우선 나설 계획이다.
WSJ는 "올 2월과 4월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 G20은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인한 부작용과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엔저유도에 따른 환율마찰 문제를 주로 논의해왔다"며 "G20 논의의 초점이 '중점이동'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들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해외자본 유입이 급증하며 통화가치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고전했지만 지난주 미국이 출구전략 시간표를 공개한 후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며 해외자본 유출을 우려해야 할 처지에 빠져 있다. 올 들어 세번째인 7월 회의는 오는 9월5~6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재무장관 회의인 만큼 어느 때보다 의제설정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와 관련,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전일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심각한 자본이탈이 촉발될 경우 신흥국 정부가 자본시장 규제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영국은행(BOE)도 지난 26일(현지시간) 발간한 재정안정 보고서에서 선진국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급등하면 가계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WSJ는 이어 중국의 통화정책도 모스크바 회동에서 주요 관심사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그림자금융'을 견제하기 위해 유동성 축소에 나서면서 현지 단기금리가 급등하고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는 등 중국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경제권이 자국 금융시장의 혼돈으로 흔들릴 경우 중국 수요에 의존하는 세계 경제에도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출구전략 시기 논란은 의제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출구전략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G20이 선진국들에 요구했던 중장기 재정건전화 계획의 일환"이라며 "경제회복 상황에 맞춘 통화정책은 궁극적으로 전세계 경제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주요8개국(G8) 정상이 지난달 회합에서 합의한 탈세근절을 위한 국제공조 방안도 토의석상에 오른다. 또 심각한 실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층을 포함한 위기국들의 직업창출 방안과 상품시장 투명성 강화, IMF 지분개혁 문제 등도 논제에 포함된다고 지난달 G20 중앙은행 부총재 사전회합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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