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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도피생활을 이어온 장진호(63·사진) 전 진로그룹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5일 주중 한국대사관과 장 전 회장의 지인들에 따르면 장 회장은 지난 3일 오전 베이징 시내 차오양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날 저녁 만취상태로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고 괴롭다"라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회장의 시신은 베이징 하이뎬구에 위치한 경찰병원인 우징종두이병원으로 옮겨져 이날 화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6일 한국에서 재차 장례식을 치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들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2008년께부터 캄보디아에서 중국을 오가다 2010년 중국에 정착, 재기의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인근에 있는 과거 진로 관련 업체들과 연계해 부동산 사업 등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장 전 회장은 재계에서는 '비운의 황태자'로 불린다. 1988년에 선친인 고 장학엽 회장에 이어 진로그룹의 2대 회장에 취임한 후 진로쿠어스맥주(1992년) 등을 설립하며 사세를 확장했지만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빠지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한때 매출 3조5,000억원, 재계 24위까지 올랐지만 2003년 법정관리와 계열사 분할매각으로 공중분해됐다. 장 전 회장은 그 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혐의로 구속된 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 형을 받았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장 전 회장은 2005년 캄보디아로 건너가 진로그룹이 설립한 ABA은행(아시아선진은행), 부동산개발회사, 카지노 등을 운영했지만 탈세 혐의로 중국으로 도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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