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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의 전화기 발명 사실은 훔쳐낸 것?

세스 슐만 지음, 살림출판사 펴냄


전화를 발명한 사람이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이란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아닐지도 모른다. 미국의 과학전문기자 세스 슐만은 전화기의 발명자는 벨이 아니라 엘리샤 그레이(1835~1901)이며, 벨은 그의 연구 성과를 훔쳐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같은 시기에 업적을 쌓은 토머스 에디슨과 벨의 관계를 살피다가 미국 MIT의 한 연구소에서 접한 벨의 실험노트에서 단서를 잡아 집필에 이르렀다. 벨은 음성 전달을 위해 1년 넘게 진동판과 자석, 배터리를 연구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던 중 어느날 '갑자기' 산성용액을 이용하는 실험을 시도한다. 그리고 새로 고안한 장치로 하루 만에 전화를 만들어 내는 성공을 거둔다. 벨의 천재성으로 인한 급격한 국면 전환으로 보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없지 않다. 실험 노트에는 성공 직전 12일 동안 뜻밖의 공백기가 있고 워싱턴에 다녀왔다는 언급만 있을 뿐이다. 또 전화 특허신청은 1876년 2월14일에 냈는데 벨이 실제로 전화 음성 전송에 성공한 날은 한달 뒤인 3월 10일이다. 이에 저자는 벨보다 겨우 한시간 뒤늦게 특허신청을 하러 갔던 경쟁자 그레이의 내용과 도안이 '도둑맞은 것'이라는 주장을 각종 서신과 특허청 기록, 소송내용 들을 통해 치밀하게 짚어냈다. 특허 하나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전화의 아버지'라는 명성까지 얻은 벨의 전화기 발명을 두고 이미 미국에서는 수차례 소송이 있었다. 저자의 메시지는 사실 여부를 넘어 통념에 저항하고 역사에 도전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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