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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법 제3조에는 변호사가 변리사 등록만 하면 변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변리사와 함께 세무사 자격도 자동으로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 출신인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취득제도 폐지법안을 제출했고 법안은 현재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변리사들은 아무런 검증 없이 자격을 주는 것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관련 법 조항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호사들은 지식재산 분야의 특성화 교육을 받은 이공계 출신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변호사에게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찬성-오규환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특허법인 가산 변리사
고품질 변리 서비스 위한 시대 요구
POINT ● 한시적 성격 시행 ● 이젠 수명 다해
● 전세계서 韓·日만 존재하는 제도
변리사 자격을 변호사에게 자동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민 의원은 변호사 출신이면서도 자동 자격은 변호사에 대한 과잉 특혜라고 지적한다.
자동 자격 제도는 명백히 불합리하다. 변리사 업무는 변호사 업무와는 크게 다른 소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소양이 무엇인지는 변리사 시험에 나타나 있다. 변리사 수험과목은 자연과학개론과 특허법 등 지식재산권법을 포함한다. 자연과학과 지재권에 대한 이해가 변리 업무에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많은 변호사는 자연과학에 문외한이고 지재권 제도도 잘 알지 못한다. 변리사 업무와 변호사 업무는 서로 독립적인 것이지 주종 관계가 아니다.
자동 자격 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고품질 변리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국민)의 요청을 거스른다는 점이다. 변리사의 통상적 업무는 기술과 기술의 같고 다름을 찾아내고 이를 특허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것은 기술과 특허를 모르고는 하기 어렵다. 변호사에게는 기술적 사실관계를 이해하는 것조차 매우 버겁다. 파악된 사실에 어떤 법리를 적용할지는 그다음 문제다. 변리사의 기본적 업무의 하나는 특허명세서 작성인데 특허명세서를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변호사 출신은 극히 드물다. 변리사로서 특허명세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것은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할 소장을 작성하지 못하는 것과 흡사하다.
변리사라도 모든 기술을 잘 알지는 못한다는 반론이 있다. 트집 잡기다. 변호사라고 해 수많은 법률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1,000개 이상의 법률이 있지만 변호사 시험이 검증하는 과목은 그중 몇 개에 불과하다. 자연과학과 특허법 등을 필수과목으로 포함하는 변리사 시험은 변리사로 지재권의 출원·심판·소송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소양을 검증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 나아가 대부분의 수험생은 화학·전자·기계 분야 등의 전공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른다.
로스쿨 제도는 자동 자격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이공계 출신이면서 지재권법을 선택한 사람은 1%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변호사 중 일부가 의사 출신이라고 해 모든 변호사에게 의사 자격을 줄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변호사법을 개정해 전문변호사 등록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재권 전문을 표방하는 변호사가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자동 자격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변리사 자격은 변리사로의 소양을 검증받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 장래에 전문성을 갖추려 노력할 사람에게 미리 주는 것이 아니다. 장래에 변호사 업무를 배울 의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 미리 변호사 자격을 부여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자동 자격 제도는 애초부터 한시적 성격을 갖고 태어났고 이미 생명을 다했다. 우리나라는 변리 전문가를 양성하려고 지난 1961년 변리사법을 제정했다. 다만 당시에는 변리사 수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변호사에게도 변리 업무를 허용했다. 이제는 변리사가 수천 명이고 시험을 통해 매년 200명 이상이 배출되므로 자동 자격은 불필요하다. 그럼에도 변호사 단체는 과거 부족한 수의 변호사를 보완하려고 변리사 제도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설득력이 없다. 미국의 경우 100만명이 넘는 변호사가 있다. 그러나 변호사는 미국 특허청에서 특허 대리를 할 수 없고 특허 대리인만이 가능하다. 특허 대리에 관한 한 변호사 자격은 무용지물이다.
자동 자격 제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체로 자동 자격 폐지안에 찬성한다. 그러나 막강한 힘을 가진 변호사 단체는 반대한다. 일부 변호사 출신 의원들도 극력으로 반대한다. '우리가 남이가'식의 발로인 듯하다.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제10조는 심의 대상 안건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국회의원은 관련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의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 그리고 변호사들은 집단의 힘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과연 자신들이 변리 업무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냉철하게 자성해야 한다.
● 반대-김승열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지식재산권 분야도 법률 고유 영역
POINT ● 변협차원 지식재산 교육·연수 강화
● 美선 변호사 통제 하에 변리사 업무
변호사에 대한 변리사 자동 자격부여 폐지법안에 결론적으로 반대한다. 이는 현행법 체계상 법논리 및 일반 법감정 그리고 로스쿨 도입을 비롯한 시대 상황 등에 비춰 결코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는 행정 및 사법 절차에서 법률행위를 대리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변리 업무가 법률 업무에 해당됨은 너무나 명백하다. 따라서 변호사가 특허청 등에서 법리 업무를 하는 것은 명백한 법상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의 변호사법 제3조에서도 변호사는 변리사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쾌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변리 업무가 법률 업무일뿐 아니라, 변리 업무로 사법 소비자에게 파생되는 민형사적인 법적 책임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이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리사 자동 자격부여 폐지법안을 주장하는 분들은 미국 특허청의 규정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 특허청에서는 변호사라 하더라도 변리 업무를 위해서는 특허청 자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체계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에 불과하다. 즉 미국의 경우는 불문법 국가여서 변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성문법 규정이 없다. 또 다른 배경으로 미국은 연방국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연방국가의 정체성 등을 위해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따라서 주 정부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됨과 동시에 연방 정부기관 역시 자율성이 최대한 존중된다. 따라서 이는 연방 정부기관인 미국 특허청의 자율적인 규정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주목할 부분은 연방국가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상표등록 출원행위는 달리 아무런 제한 없이 변호사가 수행한다는 점이다.
또한 깊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은 변리사는 페이턴트 에이전트(Patent Agent)지 페이턴트 어터니(Patent Attorney)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특허청의 변리사에 대한 윤리장전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변리사(Patent Agent)는 특허 무효 심판 여부에 관한 법률적 의견을 개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변리사가 페이턴트 에이전트를 넘어 페이턴트 어터니로 역할을 한다면 우려되는 바가 크다. 이를 단순하게 직역 다툼의 문제로 치부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사법 소비자의 권익보호 측면에서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 변리사(Patent Agent)는 로펌 등에 소속돼 있어 변호사의 합리적인 통제하에 자신의 업무가 이뤄지므로 달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나 우리나라 변리사의 경우 독자적인 페이턴트 어터니 역할이 지나치게 확장된다면 곤란하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과거 너무 소수의 변호사만 배출돼 지식재산 분야에 대한 전문성 결여, 고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변리사가 배출됐다. 물론 그간 사법 소비자를 위해 기여한 바도 크다. 그간 변리사의 사법 소비자를 위한 순기능 자체를 부인하려는 바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지식재산 분야에서 사법 소비자의 수요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특허 등의 출원행위부터 특허권 침해행위로 인한 민형사적 소송단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의 접근성은 더욱더 보장돼야 한다. 로스쿨도 이런 배경에서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이런 시대적 지식재산 법률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로스쿨에 많은 이공계졸업생이 진출하고 있으며 나아가 지식재산 관련 교과목도 세분화해 개설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도 신규 변호사 연수과정 및 의무 연수과정에도 지식재산 과목의 교육 및 연수를 확충하고 있다. 나아가 지식재산 분야의 전문 변호사 등록제도를 좀 더 강화해 사법 소비자를 위한 지식재산 전문성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이 사법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로스쿨이라는 혁신적인 제도 도입과 변호사의 지식재산 전문성 제고를 위한 범사회적 노력에도 변호사의 고유하면서도 특수 전문 영역 중의 하나인 변리 업무에 변호사의 진입을 제한하려는 인위적인 시도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시대 역행적 규제 조치로 예상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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