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저 시간을 버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때가 있기 마련인데, 저는 20대 내내 그랬어요."
정유정 작가에 20대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당시 세상을 떠난 엄마의 역할을 대신 해야 했던 그녀는 가족의 굴레가 너무도 무거워 도망치고만 싶었다고 한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고, 그러려면 글을 써야 하는데 언제 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극장에서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보던 스물일곱 살의 작가는 이렇게 생각하며 미친 여자처럼 서럽게 울었다.
"내 청춘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박범신 작가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전반까지의 시기는 인생에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라고 말한다. 그는 "그때 난 세계를 너무 몰랐고 꿈꿀 줄도 몰랐고 두려웠다"며 "나는 스무 살 때 '어떻게 하면 멋있게 죽을까'하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한국 문단을 이끌고 있는 8명의 작가가 담담하게 풀어놓는 스무 살의 기억들은 특별할 것도 없고 때로는 초라하기까지 하다. '내 청춘은 찬란했노라'는 무용담이 섞일 법도 한데 도통 그런 내용이 없다. 책의 초점이 성공을 향한 독려보다는 아픈 청춘에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일 테다.
'지금 아픔이 나중에는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조언과 '열망하는 무언가를 찾고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충고는 작가들이 전하는 공통된 메시지다.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초라한 스무 살을 건너 작가라는 간절한 꿈을 이룬 선배들의 말이기에 비로소 설득력을 가진다.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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