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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임한 시진핑 중국 총서기가 대규모 정풍(整風)운동(사정바람)으로 권력기반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5세대 최고지도부 가운데 하나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인맥인 류치바오(사진) 정치국 위원 겸 당 중앙선전부장도 일주일째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베이징 정가의 권력투쟁이 어디까지 번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 총서기는 후 주석, 원자바오 총리 측근들을 사정의 심판대에 세우며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이루는 동시에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 일거양득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6일 홍콩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류 위원은 지난달 방북대표단 단장으로 내정됐지만 지난달 29일 돌연 대표단에서 빠졌으며 이후 일주일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원은 시 총서기가 포함된 7명의 상무위원 다음 자리로 권력 핵심 중의 핵심이다.
류 위원은 시진핑호 출범과 함께 당의 요직인 선전부장에 발탁됐다. 하지만 지난 3일 당초 예정됐던 베이징 중국 TV예술가협회의 제5차 전국대표대회에 불참하고 4일 열린 중국 헌법 공포 30주년 기념행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빈과일보는 류 위원이 후견인인 리춘청 쓰촨성 당 부서기가 부패 혐의로 당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후 주석의 심복인 링지화 당 통일전선부장 일가에 대한 수사가 확대일로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링지화의 부인인 구리핑이 반부패 혐의로 전격 구금된 데 이어 링 부장의 작은 외삼촌인 구위안쉬 헤이룽장성 공안청 부청장이 링 부장 아들의 페라리 교통사고 은폐 기도에 직접 참여한 혐의로 체포돼 조사 받고 있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인 보쉰이 6일 전했다. 링 부장은 3월 아들이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를 반나체 상태인 여성 2명과 몰고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의 은폐를 시도했으나 결국 발각돼 정치적 수세에 몰린 바 있다.
링 부장의 동생 링완청은 반부패 수사망이 확대되자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삼촌인 구 부청장은 링 부장 아들의 페라리 교통사고 은폐 기도에 직접 개입한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쉰은 전했다.
보쉰에 따르면 링완청은 산시에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동생인 보시청과 공모해 산시성 탄광업체들로부터 매년 400억위안(약 6조8,000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산시성 탄광업체들이 숱한 사망사고에도 별다른 제지를 당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배경 덕분이라는 것이다. 중국부빈(가난구제)협회 부주석인 보시청도 당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의 사정바람은 후 주석 측근을 위시해 원자바오ㆍ저우융캉 등 4세대 지도부의 측근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진핑호가 들어서면서 최근 량다오싱 전 선전시 부시장, 웨이진펑 광둥성 재정청 전 부청장 등 지방관리들이 대대적으로 부패사정 바람에 구금되고 있으며 이 같은 사정 정국과 맞물려 4세대 고위지도부 측근 비리를 엄단함으로써 새 정권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신화통신은 6일 원 총리의 측근인 리춘청 쓰촨성 당 부서기가 심각한 당 규율 위반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며 항간에 떠돌던 부패혐의 수사를 공식 확인했다.
베이징 정가에 따르면 구리핑과 리춘청이 체포된 것은 공안ㆍ사법을 총괄하는 정법위 서기를 지내며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부패 및 축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리춘청은 원 총리, 저우 전 상무위원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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