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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100승의 금자탑을 쌓은 세계 골프 강국이다. 하지만 골프의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명함을 내밀 만한 마땅한 국산 브랜드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국산 골프볼 전문 제조 업체인 볼빅 역시 30년 노하우와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향해 칼을 뽑아 들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진입 장벽이 너무나 두텁고 높았다. 세계와의 기술력 격차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높은 장벽은 국내 인식에 있었다.
볼빅이 새 출발을 선언했던 지난 2009년 8월만 하더라도 볼빅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에 지나지 않았다. 프로 선수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골퍼들은 국산 골프용품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글로벌 브랜드 제품이라면 프로는 물론 어린 주니어 선수들까지도 무조건적인 애착을 보였다.
문제를 파악하니 해답이 나왔다. 국산 골프용품에 대한 불신감과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일이었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상의 컬러볼을 개발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국산 제품에 대한 우수성을 알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고안했으며 이를 즉시즉시 필드에 적용하고 시장의 반응을 지켜봤다. 시장은 꿈틀대기 시작했고 결국 2년여 만에 국내 시장점유율은 30%대로 올라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스포츠 분야에서 국산 용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막대한 자본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무장한 글로벌 브랜드가 대부분인 상황인 데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쉽사리 바뀌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만든 여러 분야의 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제품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훌륭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가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 부족은 아쉽다. 일본의 대표급 선수들은 대부분 세계무대에서 자국 브랜드의 옷을 입거나 용품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외국 브랜드의 광고판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화 한류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골프나 스포츠계에서도 우리 것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져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내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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