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률은 한 자리 숫자가 될 겁니다."
홍석우(59∙사진) 지식경제부 장관은 13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지경부 산하 전기위원회는 지난 8일 임시위원회에서 한국전력이 제시한 평균 13.1% 전기료 인상안을 되돌린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장관은 "전기위원회가 한전의 요금 인상안을 반려한 것은 인상폭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며 "정부도 요금인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한 자리 숫자 이내에서 인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서민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인상폭은 한자릿수로 묶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 장관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탄력이 둔화된 수출과 관련해 "당초 전망한 연간 수출 실적은 달성하기 힘들게 됐다"면서 "올해는 수출입 모두 지난해보다 완만히 증가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일제에 대해서는 "골목상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없는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기 요금 한자릿수 인상, 주택용도 올려야
세간의 가장 큰 관심사항인 전기요금에 대해 물었더니 홍 장관은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날마다 쌓여만 가는 한국전력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왜곡된 전기 소비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한전도 기업인데 한전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막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내 전기요금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소비행태가 왜곡돼 있다"면서 "이 문제도 요금인상을 통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적정 인상폭을 묻자 홍 장관은 "지난 전기위원회에서 13.1% 요금 인상안이 반려됐으니 적정 인상폭은 한 자리 숫자가 될 것"이라며 "이번에는 산업용뿐 아니라 그동안 동결됐던 주택용도 올려야 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대형마트 규제, 서민 입장서 공론화 필요
화제를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살짝 돌려봤다. 영세상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대형마트의 의무휴일제는 지난달 기준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약 40%인 98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 두 달이 지난 현재 소비자 불편, 납품업체 매출 감소, 내수위축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홍 장관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그는 "서민생활에 도움을 주는 관점에서 치열하게 장단점을 분석한 뒤 규제를 지속해나갈지, 풀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규제의 적절성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뉘앙스가 묻어 있었다.
홍 장관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문제는 여러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먼저 국제적 관점에서 이것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적으로도 골목상권 하나만 놓고 보면 이익이 되겠지만 대형마트와 협력관계에 있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그리고 소비자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런 것들을 보다 정치하게 분석해서 규제를 계속할지, 풀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장관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일로 줄어든 매출만큼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의 매출이 늘어나야 하는데 통계적으로 봤을 때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EU 재보험 문제 내년 초까지는 해결해야
화제를 바꿔 다소 민감한 사안인 유럽연합(EU)의 원유수송 재보험 문제에 대해 물었다. EU는 오는 7월1일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는 모든 운송수단에 보험 제공을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끊기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길은 차질을 빚게 된다. 현재 이란과의 수출입 무역자금 결제는 우리나라가 원유를 수입한 금액 내에서 원화로 수출 대금을 차감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홍 장관도 이란산 원유 수입중단보다는 그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이 입을 피해를 더욱 걱정했다.
그는 "EU 재보험이 안 돼 석유수입이 끊기더라도 수입 물량을 다른 데서 받아올 대책은 이미 마련돼 있다"면서 "현재 추측으로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더라도 국내 석유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석유수입이 끊기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대이란 수출이 어려워진다"면서 "내년 초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까지 EU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것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정부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에 자금지원 방안 마련 중
중소기업 수출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나라 수출전망에 대해 질문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3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이 큰 폭으로 줄면서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 구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실물경제를 진두지휘하는 홍 장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홍 장관은 걱정스럽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는 "당초 올해 연간 수출증가율을 6~7%로 예상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거기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현 시점에서 굳이 추정하자면 전년보다 수출입 모두 완만하게 증가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이 감소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태스크포스(TF)에서 여러 가지 변수를 대입해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현재로서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하지만 수출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로서 긴장 속에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 중이다. 홍 장관은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 등과 매일같이 회의를 하면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준비한 대책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원 형태를 묻자 "자금지원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무래도 수출이 더 악화되면 중소기업들이 자금경색 등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금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정부지출을 늘리는 방안을 포함해 대응책을 준비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뜰주유소 끝까지 챙길 것
한창 치솟던 국제유가가 최근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유가안정 대책을 내놨다. 자칫 정책의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시점인데 홍 장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요즘 유가가 좀 안정됐다고 해서 관련 대책이 흐지부지되면 되겠냐"면서 "알뜰주유소 같은 경우 지금이야말로 차분하게 정착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하향곡선을 그려도 기존에 발표했던 유가 대책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올 하반기는 정치적으로 요동치는 때인 만큼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기존 대책을 알뜰하게 잘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경부는 7월부터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해 실내 냉방온도를 26도로 규제하고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가에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홍 장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냉방온도 26도 제한은 우리나라만 하는 것이 아니며 프랑스ㆍ일본ㆍ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다"며 "물론 제도 시행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들도 이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결코 탁상행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홍 장관의 설명은 이어졌다. "요즘 담배꽁초를 길가에 버리는 사람이 있나요. 버리면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되니깐 그렇습니다. 절전 의식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에어컨을 튼 채 문 열고 영업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고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차츰 변할 거라고 봅니다."홍 장관의 대답에서 그의 고집을 읽을 수 있었다.
■ 洪장관 스마트폰 보니 국내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스마트폰 배경화면에는 어떤 애플리케이션들이 깔려 있을까.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를 쓰는 홍 장관은 가장 첫 번째 화면(사진)에 '전력수급현황' 앱을 받아놓았다. 때이른 무더위로 하루하루 전력수급을 맞추는 상황에서 홍 장관은 틈날 때마다 이 앱을 통해 예비전력 현황을 들여다본다. 최근에는 350만㎾대까지 예비전력이 떨어지는 등 관리수요가 중요한 시기라 앱의 중요성도 더 커졌다. 앱에 접속하면 현재 공급가능 전력과 수요전력, 둘 사이의 차인 예비전력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와 전력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장관은 "수시로 앱을 켜서 예비전력 상황을 본다"고 말했다. 에너지와 전력을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국민들의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늘 챙기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도 빼놓을 수 없다. 홍 장관은 페이스북을 자주 한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청장 재직 시절 직원들이 직접 만들었던 애국가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당시 중기청 직원들은 직접 애국가를 4절까지 번갈아가면서 노래하고 가족들의 행복한 사진을 올리는 등 재미있고 다양한 동영상을 만들었다. 유튜브에서도 '홍석우'로 검색하면 애국가 동영상이 나오는데 "노래 수준이 제법"이라고 홍 장관은 말했다. 그는 "애국가를 3절 이상 부르다 보면 마음이 짠해지면서 나라에 충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며 "지역별로, 회사별로 자기네만의 애국가 동영상을 만들어 행사 때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앱들 뒤에는 지경부 직원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공연 모습이 배경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4월 창단된 합창단은 홍 장관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그만큼 홍 장관은 합창단에 애정이 깊다. 남기만 주력산업정책국 국장을 단장으로 이호준 에너지자원정책과장, 주영준 비서실장, 전응길 광물자원팀장, 윤요한 산업인력팀장 등 직원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내부 직원회의와 'OB'모임인 상우포럼에서 2차례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는 게 내부 평가다. 합창단은 영화 국가대표 OST인 '버터플라이'와 가수 박학기의 '아름다운 세상'을 부른다. 합창단은 14일 예정된 KOTRA 50주년 행사에서도 다시 한 번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약력 ▦1953년 충북 청주 ▦1971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80년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1996년 통상산업부 장관비서관 ▦1997년 통상산업부 전자부품과장 ▦2005년 산업자원부 홍보관리관 ▦2006년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2008년 중소기업청장 ▦2010년 AT커니코리아 부회장 ▦2011년 KOTRA 사장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