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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이 애플에 대해 자사주 매입을 늘리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애플 지분을 집중 매수한 뒤 애플의 자사주 매입을 공공연하게 요구해온 아이칸은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3시간 동안 저녁을 먹으며 매입규모를 1,500억달러로 확대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아이칸의 트위터 계정과 CN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전날 자신의 집으로 쿡 CEO와 몇몇 기업가들을 초대해 저녁을 함께 하며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온화한(cordial) 분위기에서 식사하며 자사주 매입규모를 1,500억달러(약 161조원)로 늘리는 방안을 밀어붙였고 앞으로 3주 동안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지난 4월 오는 2015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자사주 매입규모(600억달러)의 2.5배 수준이다.
아이칸은 이후 CNBC에 출연해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도 자사주를 환매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애플의 반응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도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주들을 통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벌이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기업지분을 매집해 경영에 적극 간섭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아이칸은 8월 이후 쿡 CEO에게 자사주 매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애플이 1,460억달러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하고도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아이칸이 보유한 애플의 지분가치는 약 20억달러로 시가총액의 1%에도 못 미치지만 다른 대주주들과 힘을 합칠 경우 경영진을 흔들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애플이 자사주 매입규모를 늘릴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애플의 현금 대부분은 해외법인에 쌓여 있어 미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 초에도 대형 헤지펀드인 그린라이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회장이 현금을 풀라고 요구했지만 쿡 CEO는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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