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일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북측이 사실상 제안한 평창동계올림픽 공동개최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대화 의제에 북측 관심사들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 '신뢰관계'를 쌓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12일 일본 내 북측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올림픽 공동주최'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가능성을 제시하자 북한의 마식령스키장 이용을 제안하면서 "같은 민족끼리 공동주최하면 비용도 덜 들게 되고 민족의 화해와 공동번영, 지역의 평화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어쩌면 하늘이 준 기회 같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강원도가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최근 공동개최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정부가 "(분산개최를) 북측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개최, 마식령스키장 거론=마식령스키장은 지난해 1월 운영을 시작한 북한 최초의 스키 리조트다. 총면적 1,400㎡의 부지에 총길이 49.6㎞의 슬로프 10개와 야외스케이트장·야외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스키장 내 8층짜리 호텔 내부에는 120여개의 방이 있다.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1,300m를 넘어 800~1,100m가량인 알파인스키 활강경기를 치를 수 있는 조건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금강산 온정리에서 원산까지 도로가 뚫려 있다고는 하지만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올림픽을 치르기 전에 시험 차원에서 스키월드컵 등 국제 이벤트를 치러야 하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당초 분산개최 논의의 초점은 비용이 많이 드는 썰매 종목 경기장에 맞춰졌는데 남한에서도 가능한 스키 경기를 굳이 북한에서 치르는 것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대북전단 적극 제지=민간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기존 입장보다 '적극 저지'로 한 걸음 나아간 것 역시 대북 문제에 유연성을 극대화해 새해 초 무르익고 있는 남북대화의 결실을 조속히 얻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 내용이 담겨 북측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미국 소니픽처스사의 영화 '인터뷰'의 DVD를 대북전단에 끼워 살포하려는 계획에 대해 아예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대북전단에 대해 "주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전날 북한 국방위원회가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합동 군사연습에 대해 남한 정부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데 대한 답변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새해 남북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미국이 소니픽처스사 해킹을 앞세워 대북 추가제재를 했지만 논란이 된 영화 '인터뷰'의 DVD가 대북전단에 포함돼 살포되는 것을 정부가 적극 저지한다는 방침을 밝혀 고위급접촉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초 남북이 합의한 2차 고위급접촉은 북측이 대북전단 살포에 강력 항의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통일부는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최고위급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대화 분위기를 띄우면서 지난해 불발된 고위급접촉을 우선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도 남북 간 대화 채널이 복원된다면 '2차 고위급접촉'을 0순위로 보고 있다. 결국 남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전단이라는 1차 걸림돌을 치워야 하는 셈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