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범행을 자백하면 형량을 줄여주는 ‘플리바기닝’(유죄협상제도ㆍPlea Bargaining) 도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31일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검찰 창설 60주년 기념식에서 “부패범죄를 효과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기반마련을 위해 제한적 범위의 플리바기닝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플리바기닝은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진행될 때 검찰이 변화하는 수사 환경에 따라 꼭 필요하다며 도입을 추진했지만 악용을 우려한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검찰은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꾸준히 연구검토 해 왔지만, 검찰총장이 공식 석상에서 추진의사를 밝히기는 처음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이 플리바기닝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진술ㆍ정황증거 외에 ‘딱 떨어지는’ 물증이 없는 뇌물사건이 늘어나고 있고, 피의자의 진술조서마저 법정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수사환경이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제도가 도입되면 뇌물이나 마약, 조직폭력 등 증거확보가 힘든 범죄 피의자의 자백확보가 쉬워져 수사가 신속해 지고, 수사진척이 없는 사건에 대한 증거 확보가 가능해져 범죄인 처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플리바기닝은 범죄자와 타협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법감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실체 이외의 것을 위해 검찰이 플리바기닝을 악용할 소지도 있어 권력의 비대화를 나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가 되고 있다. 법원도 제도 도입에 부정적이다. 수사 단계에서의 협상은 공개되거나 투명한 절차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허위진술과 자백으로 사법정의가 왜곡될 소지가 크고 책임에 비례해 형벌을 받아야 한다는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학계에서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조국 서울법대 교수는 “플리바게닝은 배심제가 정착된 국가에서 재판 부담을 줄이려 도입된 것인데, 참여재판의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임 총장은 ‘제한적 플리바기닝’ 도입을 강조했고, 이에 따라 검찰은 일단 조직폭력 등 제한적 범위에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적용 범위를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참고인이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할 때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하는 참고인 구인제와 수사과정에서의 허위진술을 처벌하는 사법방해죄 도입을 위해 형사소송법과 형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또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시 피해자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제도를 활성화하는등 형사소송 절차에 피해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형사조정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검사직무대리를 증원하고 역할을 확대해 경미한 사건은 신속히 처리하고검사는 중요한 송치사건 및 인지사건 수사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