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나타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일본 투어에서 우승을 경험한 '국보소녀'. 프로 전향 뒤에는 두 시즌 동안 KLPGA 투어에서 6승을 쓸어담고 초청선수로 나간 메이저대회까지 제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따낸 바로 그 김효주(20·롯데)다. 김효주는 26일부터 오는 3월1일까지 열리는 LPGA 투어 2015시즌 네 번째 대회 혼다 LPGA 타일랜드(총 상금 150만달러)에서 미국 무대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지난해 말 시력교정 수술을 받고 회복하느라 데뷔가 늦어졌다. 현재는 모든 것들이 거의 또렷하게 보인다고 한다. 대회장은 태국 촌부리의 시암CC 파타야 올드코스(파72·6,548야드). 김효주는 지난달 11일 태국으로 건너가 대회장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프라친부리의 카빈부리 골프장에서 데뷔전을 준비해왔다. 40일 넘게 머물렀으니 홈 코스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효주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박세리-신지애-박인비를 이을 한국여자골프의 차세대 간판으로 주목받아 왔다. 올해는 비슷한 나이의 LPGA 투어 2년 차 리디아 고(18·뉴질랜드)가 지난 1일 역대 최연소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고 22일 시즌 첫 승을 올리면서 리디아 고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효주와 리디아 고는 라이벌인 동시에 '절친'이다. 아마추어 때 각각 한국과 뉴질랜드 대표로 각종 대회에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등 프로 대회에서도 동반 플레이 경험이 있는데 만나면 대화는 연예인·음식 얘기 등 주로 골프 외적인 수다로 채워진다. 이번 주는 리디아 고가 자국에서 열리는 유럽 투어 뉴질랜드 여자오픈(27~3월1일)에 나가기로 하면서 LPGA 투어 정식 멤버로서의 첫 맞대결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리디아 고는 데뷔 시즌인 지난해 3승으로 다승 공동 1위(박인비·스테이시 루이스)에 올랐다. 신인왕은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시즌 종료 2개 대회를 남기고 일찌감치 확정했다. 김효주도 한 해 늦게 신인왕 경쟁에 뛰어든다. 현재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203점으로 신인왕 포인트 1위, 장하나(154점)와 김세영(150점)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최연소 기록들을 독식하고 있는 리디아 고는 통산 6승을 거뒀으나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은 없다. 2013년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이 메이저 최고 성적이다. 김효주는 지난해 9월 이 대회에서 우승(리디아 고 공동 8위)했다. 1라운드에서 버디만 10개를 잡아 61타를 쳤다. 남녀 메이저 역대 최소타 신기록이었다. 리디아 고가 지난해 3승을 쌓는 사이 김효주는 국내 투어 5승으로 4관왕에 오르고 초청선수로 LPGA 투어 메이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김효주는 LPGA 투어 10개 대회에 나가 6차례 톱10에 올랐다. 최근 4개 대회에서는 공동 7위가 가장 나쁜 성적이다. 아직 세계 8위지만 1위 리디아 고와 올 시즌 불꽃 경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김효주는 LPGA 투어라는 새 무대에 대해 "(한국과) 똑같은 투어인데 이름과 언어만 달라진 투어랄까.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치러진 혼다 LPGA 타일랜드는 2009년 신지애, 2013년 박인비가 우승했던 대회다. 김효주로서는 그래서 더 우승에 대한 욕심이 강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우승 스코어가 11~21언더파였다는 기록을 보면 까다로운 코스는 아니다. 지난해 준우승한 세계 2위 박인비와 3위 루이스(미국)도 출전한다. 개막전 챔피언 최나연, 신인으로 벌써 1승을 챙긴 김세영 역시 우승 후보다. 박세리도 이 대회로 시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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