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이하 한국시간)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1타 차 2위를 차지한 '왼손 지존' 필 미컬슨(44·미국)은 이렇게 말했다. 제96회 PGA 챔피언십은 '매킬로이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확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메이저대회 우승에 대한 중압감도, 쟁쟁한 강자들의 추격도 모두 이겨낸 매킬로이는 어둠이 내린 코스에서 혼자 빛을 발하고 있었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GC(파71·7,458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선두로 출발한 매킬로이는 한때 3타 차로 뒤처지기도 했지만 후반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기어코 정상에 올라 브리티시 오픈 제패에 이어 메이저 2연승의 위업을 이뤘다. 올해만 PGA 투어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2개의 우승컵을 차지, 지난 2011년 US 오픈과 2012년 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통산 메이저 4승째를 거뒀다. 또 최근 브리티시 오픈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을 잇달아 제패한 그는 3개 '빅 매치' 연속 우승이라는 무서운 상승세를 과시했다. PGA 투어 통산 9승째.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타를 줄인 매킬로이의 우승 스코어는 16언더파 268타였다.
14년 전 타이거 우즈(39·미국)와 '발할라 데자뷔'를 이룬 장면이었다. 2000년 8월21일 발할라GC에서 열린 제82회 PGA 챔피언십의 주인공은 우즈였다. 당시 우즈는 중견 밥 메이(미국)의 끈질긴 추격을 받고 동타를 이룬 뒤 3홀 스트로크플레이 연장전(지금은 서든데스 방식)에서 1타 차로 승리했다. 우즈는 그해 US 오픈과 브리티시 오픈에 이어 메이저 3연승(메이저 통산 5승째)을 거두며 본격적인 그의 시대를 열었다.
올해는 허리부상 여파로 컷오프된 우즈를 대신해 매킬로이가 그 자리를 꿰찼다. 메이저 2연승과 통산 4승을 기록하며 우즈(메이저 통산 14승)와 잭 니클라우스(미국·18승)에 필적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떠올랐다.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는 이날 절정에 달한 장타력과 경기력, 강한 정신력을 뽐냈다. 6번홀(파4)까지 보기 2개를 기록한 그는 전반에만 각각 4타와 5타를 줄인 미컬슨과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리키 파울러(미국)도 전반에 3타를 줄이면서 4파전으로 흘렀다. 7번홀(파5)에서 이글을 폭발시켜 공동선두로 올라선 그는 1타 차 선두경쟁이 치열하던 17번홀(파4)에서 승기를 잡았다. 티샷이 벙커에 빠졌지만 두 번째 샷을 홀 3m 남짓한 거리에 올려 버디를 잡아내면서 2타 차로 앞섰다. 앞에서 경기한 웨지샷의 귀재 미컬슨이 그린 근처에서 이글을 노리고 시도한 어프로치샷이 홀을 살짝 빗나가자 매킬로이는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고 2차례 퍼트로 파를 지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브리티시 오픈과 PGA 챔피언십을 석권한 후 6년 만에 메이저 연속 우승을 이룬 매킬로이는 180만달러(약 18억5,000만원)의 거액을 우승상금으로 챙겼다. 미컬슨은 메이저 통산 아홉 번째 준우승(우승 5회)을 보탰다. 파울러는 마스터스 공동 5위, US·브리티시 오픈 공동 2위에 이어 이번 대회 공동 3위(14언더파)에 올라 한 시즌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톱5에 들었다. 이는 니클라우스와 우즈만 작성했던 진기록이다.
매킬로이는 "이렇게 멋진 여름을 보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밝히고 "정말로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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