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나 폭우 등으로 도로함몰(싱크홀)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7월에 접어들었지만 싱크홀 방지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예산 다툼을 벌이며 싱크홀 발생의 주원인인 노후 하수관로 교체가 당초 예상의 절반에 그쳐 시민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싱크홀은 최근 5년간(2010~2014년) 3,328건 발생했다. 싱크홀은 특히 7월(466건)과 8월(463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뒤 12월(90건), 1월(88건) 등 겨울에 접어들며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시는 싱크홀 발생 원인의 85%가량이 하수도관 누수로 파악하고 있다. 손상된 하수관로에서 흘러나온 물이 땅속 흙에 물길을 형성하거나 하수관로 속으로 흙이 유입되면서 빈 구멍을 만들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후 하수관 교체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내 전체 하수관 1만392㎞ 가운데 5,203㎞가 30년 이상 노후된 하수관인 만큼 교체가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50년 이상 된 932㎞에 대해 오는 2018년까지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에는 특히 시급한 하수관로 212㎞를 교체할 예정이었다. 투입할 예산은 시 재정에서 1,315억원, 정부에서 1,017억원을 매칭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정부에서 올해 하수관로 교체와 관련해 100억원을 교부하는 데 그쳐 노후 하수관로를 당초 목표의 절반밖에 바꾸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요청한 예산의 10분의1 정도만 지급해 올해 노후 하수관 보강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울시와 입장이 전혀 다르다. 하수도 관할 부처인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는 노후 하수관로로 생기는 싱크홀은 지름 1m 미만으로 규모가 작아 위험성이 낮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싱크홀은 대다수 지하철공사 등 대규모 굴착공사에 따른 것이며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80.1%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아 하수관로 교체는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시는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어려운 소규모 침하현상도 싱크홀로 규정하는 등 원인분석과 통계가 적절하지 못하다"며 "만약 서울시가 노후하수관로 교체를 시급하게 생각한다면 시민들에게 거둬들이는 하수도 요금을 현실화해 하수관로를 교체해야지 국비에 기대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기재부가 증차 예산을 두고 수년간 다툼을 벌이며 차량 증차를 하지 않아 발생한 '지하철 9호선 대란'처럼 이번에도 결국 시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노후 하수관로로 인해 발생하는 싱크홀이 주로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로 평가된다"며 "서울시의 경우 특히 노후 하수관로 교체가 시급한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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