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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느리지만 두텁게

제2보(17∼36)



창하오는 1976년생. 이창호보다 1년 연하이고 이세돌보다는 7년 연상이다. 조훈현과 이창호, 이 공포의 사제에게 길을 가로막혀 세계대회의 준우승만 6회를 기록했던 비운의 기사였다. 그러나 2005년 최철한을 꺾고 잉창치배를 차지하더니 2007년에는 이창호를 제압하고 삼성화재배까지 가져갔다. 계속해서 2009년에는 다시 이창호를 제치고 춘란배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만약 이번에 이세돌을 꺾게 된다면 창하오는 중국의 국민영웅이 될 것이 분명한데 전야제에 나온 창하오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다. 돌아온 마왕 이세돌의 맹렬한 기운에 다소 위축이 된 것처럼 보였다. 흑17로 한 수를 들여 백의 응수를 물어본 것은 실리에 민감한 수순이다. 참고도1의 흑1로 그냥 걸치면 백은 일단 2로 호구쳐 흑3의 응수를 강요하고 나서 비로소 4에 협공할 것이다. 이세돌은 그것을 꺼린 것이다. 여기서 창하오는 3분쯤 시간을 썼다. 참고도2의 백1로 굳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그것이면 흑은 지체없이 흑2로 끊을 것이다. 백은 대세의 요충인 3을 두지 않을 수 없는데 우변의 흑진이 너무도 깊어 보인다. 망설이다가 창하오는 실전보의 백18로 하나 받아두었다. 흑19 이하 29는 이렇게 되는 자리. 여기서 창하오는 백30으로 우변을 손질했다. "너무 발이 느린 것 아닌가?"(필자) "그렇지도 않아요. 두터운 자리입니다. 이런 식으로 느릿하게 가는 것이 창하오의 기풍입니다.(김만수) 김만수7단은 BC카드배의 공식해설위원이다. 일부러 부탁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해설을 꼼꼼하게 챙겨서 기자들에게 서비스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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