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음성 큰바위얼굴 조각공원 테레사 수녀와 빈 라덴이 한자리에185개국 유명인·신화 주인공 등 3,000점 전시··· '광개토왕비' 똑같이 재현도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국내에도 큰바위얼굴이 있다. 미국 러시모어산의 큰바위얼굴은 전 대통령 4명의 것뿐이지만 한국의 큰바위얼굴은 185개국 출신의 인물들로 3,000여점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고 김일성 주석부터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전 의장 등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와 오사마 빈 라덴 같은 테러리스트까지 한 자리에 모아놓았다는 것이다. 한국판 큰바위얼굴이 모여있는 곳은 충북 음성의 큰바위얼굴조각공원. 56만㎡ 규모의 야외 공원에 3.5~10m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석상들이 늘어서 있다. 가이드를 쫓아 구경을 하는 데도 한 시간 가량 소요되는데 혼자 꼼꼼하게 돌아보면 2~3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마저도 2011년에는 5,000점의 작품을 갖추고 두 배 이상 규모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공원의 성수기는 방학시즌. 아이들 손을 잡고 현장학습차 공원을 찾은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신화 속 인물부터 위인, 독재자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석상으로 전시돼 있으니 각 인물들에 대한 일화를 하나씩만 들려줘도 아이들에겐 최고의 스토리텔링 공부방이 된다”는 게 공원 설립자인 정근희 이사장의 설명이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3m 규모의 김구 선생 흉상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동그란 안경테에 온화한 미소가 실제 김구 선생을 쏙 빼닮았다. 관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가장 활력이 넘칠 때라 그런지 너도나도 기념 사진을 박느라 분주해지는 사진 포인트이기도 하다. 입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길에는 베토벤, 존 레논 등으로 이루어진 문화인관과 전직 대통령들이 자리한 대통령관, 노벨상 여성 수상자들이 모인 노벨상수상자관이 펼쳐진다. 전직 대통령들의 흉상은 실제 모습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좀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 것이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 석상이 가장 실물과 닮았으나 쌍꺼풀 수술을 미처 못해 안타깝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재미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은 대부분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본 따고 있어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으나 너그럽게 봐 줄만 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흉상은 8월에 추가할 예정이다. 실제 인물과 가장 유사한 석상들이 모여 있는 곳은 중국인물관이다. 중국인 조각가들이 제작을 해서 그런지 마오쩌둥, 덩샤오핑은 실제 모습을 판에 박아놓은 듯 하다. 팬들을 위해 마련했다는 서태지와 배용준의 전신상이 다소 조악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시된 석상 중 생존인물의 조각도 상당수지만 실제로 공원을 방문한 사람은 이종환 삼양화학그룹 회장 뿐이다. 또 오는 17일에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석상이 공개돼 반 총장이 직접 공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실제 인물이 방문하진 않았지만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의 장모가 직접 공원을 찾기도 했다. 당시 이 선수의 장모는 “잘 생기지 않았다고 소문난 우리 사위를 이렇게 멋지게 조각해 줘서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수천점의 큰바위얼굴들도 놀랍지만 이 공원의 전시물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광개토대왕비’다. 발굴 당시 정 이사장이 직접 중국 길림성 현지에 가서 탁본을 떠왔고 비석의 모양과 크기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또 한글세대를 위해 바로 옆에 한글판 비석을 같은 모양으로 세웠다. 이 같은 노력은 중국의 동북공정을 대비하기 위해선 일반인들도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는데 힘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두개의 쌍둥이 비석 옆에 있는 석판화 역시 같은 고민에서 비롯된 작품들이다. 28개의 석판화는 동명왕부터 보장왕까지 고구려 왕조 28대 왕을 모두 초상화로 제작한 것이다. 국내에는 고구려 왕들의 인물이 묘사된 사료가 남아 있지 않아 중국 역사학자를 통해 중국측 사료를 입수해 현지에서 제작했다고 한다. 효과적 관람을 위한 요령 ▲석상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거리는 약 50m다. 석상의 높이가 최소 3.5m부터 최대 10m에 이르다 보니 가까이서 보면 부분적인 모습밖에 감상할 수가 없다. ▲중국인 석공들의 실력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어떤 조각은 실물을 쏙 빼닮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공원 가이드를 맡고 있는 박민 과장은 “실물 대신 사진을 보고 조각하다 보니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땐 결점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실제 인물과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이 관람엔 더욱 유익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얼굴이 잔뜩 부은 테니스 요정 샤라포바 석상이나 웬지 짤달막해 보이는 배용준 석상을 보면 인물사진을 받아 들고 어떻게 조각해야 할지 난감해 했을 석공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품 수가 3,000여점에 이르다 보니 훑어보며 지나가기만 해도 1시간 이상 걸린다. 오랜 시간 관람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보고 싶은 석상이 몰려 있는 곳만 골라서 보는 것이 좋다.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햇볕을 피할만한 곳이 없는 편이다. 햇볕이 강한 날엔 우산이나 양산, 선글라스가 필수다. ▲자녀들과 함께 방문할 때는 전시된 인물들의 행적과 관련 역사를 공부하고 와야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설명을 해줄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조각상에 인물 설명이 적혀 있지 않으므로 공원을 찾기 전 홈페이지(www.largeface.com)에 들러 인물 정보를 프린트해서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문의 (043)882-4111 中서 제작해 비용 절감··· 문화유산 자부심 ■ 설립자 정근희 이사장 “돌에 미친 내 남편 좀 구해달라고 부인이 얼마나 열심히 기도를 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돌에 매달려 있잖아요. 권사(정근희 이사장의 부인) 기도보다는 장로(정 이사장) 기도발이 더 잘 먹힌 모양이에요.(웃음)” 음성 큰바위얼굴조각공원의 설립자인 정근희 이사장은 17년전부터 공원 설립 작업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큰바위얼굴 제작을 위해 매일같이 조각할 인물을 찾으러 국내외 곳곳을 다닌다. 그에겐 아직도 추가로 조각해야 할 2,000여명의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이 돌에 빠져들게 된 건 20여년전. 미국 여행 중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 국립공원을 찾은 정 이사장은 미국 전 대통령 4명의 얼굴의 조각인 큰바위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큰바위얼굴공원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정 이사장은 “러시모어산은 큰바위얼굴 하나로 하루 평균 6,000명이 방문하는 곳이 됐다”며 “한국에도 큰바위얼굴이 있다면 수 천년 후 후손들에게까지 물려줄만한 관광유산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까지 공원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수는 총 3,000점. 2011년까지 공원 부지를 넓히고 전시작품수를 늘려 2,000여점을 추가 전시할 계획이다. 그런데 수천점에 달하는 이 석상들은 도대체 어디서 제작되는 걸까. 공원의 모든 석상은 정 이사장이 세운 중국 복건성 꽝시의 조각학교에서 만들어져 한국으로 운반된다. 정 이사장은 “국내에서 제작할 경우 작품 한 점당 수억원대의 비용이 들지만 중국에서 제작하면 운송비를 합쳐도 전체 비용의 90%를 절감할 수 있어 중국에 직접 학교를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각학교 교수진이 제작한 작품들은 보통 6~7개월의 작업기간을 거쳐 배로 들여오며 한번에 20~30점씩 보충된다. 인물 선정은 정 이사장과 한국 직원들이 직접 하고 사진을 골라 중국에 보내주면 석고상을 뜨고 그에 따라 돌을 조각하는 형식이다. 전시작품 중 사회주의 국가 원수나 테러리스트 등은 일부 관람객의 반발을 살만한 작품들이지만 정작 문제가 된건 ‘기독교 이외의 타 종교 지도자들과 신을 석상으로 둔 것’이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정 이사장에게 교계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정 이사장은 “공원의 구색을 갖추려면 불교, 기독교, 무슬림 할 것 없이 모든 종교의 지도자와 신을 석상으로 제작해야 한다고 믿었는데 교계에서 고집을 부릴 거면 장로직을 내놓으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인류에 의미 있는 인물들을 모두 석상으로 갖춰야 한다는 내 신념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의 굳은 신념만큼이나 전시 작품 선정은 까다롭다. 일부 재벌가나 뿌리 깊은 문중에서 돈을 들고 찾아와 특정 인물의 석상을 제작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단 한번도 이 같은 부탁을 받고 석상을 제작한 적이 없다. 인물 선정을 위해 정 이사장은 매일 신문을 꼼꼼하게 훑어보고 관심이 가는 인물이 있으면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모은다. 필요할 때는 현지 방문을 통해 철저한 고증을 거친다. 이렇게 선정된 인물들은 석상으로 제작되고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정 이사장의 믿음이다. “내가 이 사업을 시작한 건 5,000년 앞을 내다보고 한 겁니다. 돌은 영원하잖아요. 내가 만든 이 작품들이 후대에 전해져 역사 자료가 되고 유물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납량 기획 "공포를 만드는 사람들" 공포에 대한 상식 Q&A 수치화한 공포체험 휴가철 건강관리 요령 밤마다 뒤척이는 아이 '속열' 의심을 거장들의 렌즈에 투영된 한국 음성 큰바위얼굴 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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