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이 사라졌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에서도, 인수위에서도 해외자원개발이 실종됐다. 내년도 예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지원 예산이 크게 줄었다.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에서 '해외자원개발'이란 단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비슷한 분야가 '지속 가능국가'부분인데 대부분은 환경ㆍ원전안전ㆍ신재생에너지확대ㆍ에너지복지ㆍ기후변화대처다. 인수위 구성에서도 자원개발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식경제부를 담당하는 인수위 경제2분과 이현재 간사는 중소기업청장 출신으로 주로 중소기업 육성, 상생 쪽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도 크게 줄었다. 해외 광구탐사를 지원하는 해외자원개발 융자금이 지난해 2,000억원에서 올해는 1,30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정부의 석유공사 출자금도 줄었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자원개발ㆍ자원외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자원외교를 한다며 전세계를 돌았다. 고생도 했고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부작용도 컸다. 실리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의 자원외교였던 만큼 성급한 측면도 많았고 성과는 과장됐다. 그래서 벌써부터 현 정부의 자원개발 성과를 구조조정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과도하게 부풀려졌던 내용들을 세심히 살펴보면서 정리할 것은 정리한다는 차원이다. 석유ㆍ가스ㆍ광물 등 3대 자원개발 공기업의 수장 중 2명이 지난해 하반기에 교체되면서 이 같은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막대한 돈을 퍼부은 해외자원개발이었지만 국내로 들여오는 석유ㆍ가스가 전무하다는 감사원 감사결과도 부정적 시각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물론 해외자원개발을 한다고 해서 모두를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파 낸 석유는 해외서 팔고 그 돈으로 조건이 더 좋은 원유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자원개발의 핵심목적 중 하나가 자원안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수 자원개발사업에 비상시 국내도입규정조차 없다는 것은 문제였다.
시대의 화두가 복지ㆍ경제민주화ㆍ상생이라는 점도 해외자원개발에 눈을 돌리지 않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해외자원개발에 있어 MB정부가 이룬 성과는 무시할 수 없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해외자원개발을 국정과제의 핵심에 두면서 석유공사 대형화, 석유나 가스 생산광구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고 성과도 봤다. 지난 2007년 4.2%에 불과하던 자주개발율이 2011년 13.7%로 급등했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2011년까지 4년간 확보한 자주개발 물량은 34만배럴로 이전까지 수십년 동안 확보한 물량 12만5,000배럴의 3배 수준이었다.
물론 MB정부의 자원개발 정책에 대해서는 공과를 가려 따져봐야 한다. 자원개발ㆍ자원외교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성과가 과장되면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거나 실패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정부가 잘못한 부분들 때문에 해외자원개발의 기본적인 중요성이 훼손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엄청난 에너지 소비대국인 동시에 그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한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에너지자급률은 60% 수준이다. 미국은 81%, 중국은 93%, 일본은 38%인데 비해 우리는 4% 수준이다. 우리는 에너지 자원의 96%를 수입하고 있고 금속ㆍ광물자원의 경우 99%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소비국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은 우리보다 경제규모(GDP)가 두 배 이상인 영국, 프랑스보다도 많다.
따라서 에너지 자원은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인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다. 5년마다 교체되는 정권적인 차원에서 다룰 이슈도 아니다. 국가의 존립,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최고의 우선순위를 갖는 문제다.
이상득 의원의 자원외교가 아무리 부작용이 컸다 해도 그동안의 자원개발 성과 중 과장된 부분이 많다 해도 그것은 고치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지 해외자원개발 자체를 멀리할 이유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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