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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챔피언 퍼트를 집어넣은 그녀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우승을 갈망하며 투어 무대를 함께 다닌 부녀의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부산 아가씨' 김보경(27ㆍ요진건설)이 5년 간의 긴 터널을 빠져 나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보경은 2일 경기 이천의 휘닉스스프링스CC(파72ㆍ6,496야드)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정상에 올랐다.
2008년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5년 만의 두번째 우승이다.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받은 그는 상금랭킹 6위로 올라섰다. 김보경과 우승 경쟁을 벌인 '슈퍼 루키' 김효주(18ㆍ롯데)는 2타 뒤진 2위(8언더파)를 차지했다.
1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나섰던 김보경은 이날 김효주, 이정은(25ㆍ교촌치킨)과 공동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6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해 김효주에 1타 뒤졌던 김보경은 9번홀(파4) 버디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65m를 남기고 19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친 두번째 샷이 그린 왼쪽 둔덕에 떨어진 뒤 경사를 타고 홀 30cm 옆에 붙은 것. 벙커에 빠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행운 섞인 버디를 잡은 그는 이어진 10번홀(파4)에서도 3.5m 버디를 잡아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시즌 두번째 우승을 노린 김효주가 11번홀(파5) 버디로 균형을 이루자 김보경은 14번홀(파3)에서 3.5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궜다. 다시 리드를 잡은 김보경은 16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을 홀 1m 안쪽에 붙여 2타 차로 앞서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김효주는 17번(파3)과 18번홀(파4)에서 추격을 노렸지만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가면서 분루를 삼켰다. 이정은은 티샷을 깊은 숲 속으로 날린 11번홀의 더블보기에 발목이 잡혀 3위(7언더파)로 마감했다.
부산 출신의 김보경은 2005년 프로 데뷔 후 9년째 아버지 김정원(57)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특이한 점은 아버지가 지금도 전혀 골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 김보경이 중학교 3학년 때 심근경색 수술을 받은 아버지는 회복 이후 생업을 놓고 딸의 캐디로 나섰다. 김보경은 "성격이 급한 아버지와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점점 더 많이 이해해주신다. 오랫동안 골프백 메고 운전하시느라 관절도 좀 안 좋으시다"며 공을 아버지께 돌렸다. "이번 대회 1라운드 전날 밤 우승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들고 있는 꿈을 처음으로 꿨다"는 그는 "매치플레이 우승만 했고 스트로크 플레이 우승은 처음이라 기분이 매우 좋고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렸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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